한국통신이 2차 케이블TV 전송망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통신의 케이블TV전송망 사업 실무책임부서인 CATV사업국의 한 관계자는 『적자사업은 더 이상 끌고가지 않는다는 고위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3천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케이블TV 전송망사업을 재검토키로 했다. 따라서 2차 전송망사업자 지정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의 전송망 사업은 한국통신이 보유하고 있는 기간통신망을 케이블TV 전송망사업자들에게 임대하는 형태의 간접적인 방식으로 수행하고 그동안 개발해 온 디지털 케이블TV 기술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의 기본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선망으로 케이블TV전송망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한국통신 무선사업본부 관계자도 『MMDS(다채널다지점분배서비스)방식의 케이블TV 전송망 사업을 검토했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할당한 MMDS주파수로 케이블TV 프로그램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디지털방식으로 망을 구성해야 하지만 셋톱박스가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비싸 상업성이 없으며 LMDS(지역다지점분배서비스)방식은 당장 상용화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의 한 당국자도 『한국통신은 이번 2차 전송망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한국통신 스스로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 사업부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기획조정실, 경영지원실 등 한국통신 스텝부서의 의견은 아직 유보적이다. 기획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케이블TV 전송망사업 추진방향에 대해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사업추진에 앞장서야 할 사업부서가 「사업을 않겠다」고 버티고 나선 상황에서 결론은 이미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다. 한 관계자는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으나 상당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한국통신 본연의 임무가 아닌 방송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있느냐는 게 이계철 사장의 의지여서 사업부서가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계철 사장은 취임이후 줄곧 『한국통신은 사업자의 사업자로서 다른 통신사업자들과 무리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통신은 네트워크 고도화라는 일차적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려는 시각도 있다. 케이블TV전송망사업에서어 한국통신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한전의 한 관계자는 『사업실무자들이 사장의 「적자사업불가」 의지에 대해 일종의 항의성 사표를 던진 게 아니냐』며 『정통부의 2차 전송망사업자 지정계획에 대한 항의의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쨌든 케이블TV 전송망사업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한국통신이 2차 전송망 사업을 포기할 경우 그동안 한국통신에 대한 장비공급을 바라보고 관련장비개발에 참여해 온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장비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2차 전송망사업자 지정계획이 유선방식의 전송망사업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통신마저 손을 들어버린다면 장비제조업체들에게는 상당히 우울한 소식』이라며 향후 전송망사업의 전개방향을 궁금해 했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