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전자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00년 컴퓨터표기 문제 해결 방안」 세미나가 정부 및 공공기관, 업체 전산관계자 등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난 19일 한국투자신탁빌딩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2000년 문제 전도사로 명성을 얻고 있는 케플만 미국 북택사스대 교수가 주제연설을 맡았고 맹철현 한국유니시스 상무가 「한국의 2000년 문제」를 주제로 연설했다. 이를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한국의 2000년 컴퓨터 날자 표기 문제와 현황맹철현 한국유니시스 상무
오는 2000년 컴퓨터 날자 표기 혼선에 따른 전산시스템의 장애로 지칭되는 「2000년 문제」는 당초 메모리를 비롯한 컴퓨터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도 표기 방식을 두 자릿수로 설정함에 따라 발생한 문제이다.
그러나 2000년 문제는 단순히 날자 표기 혼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산시스템이 가동을 멈추고 기업 비지니스가 전면 중단될 소지를 안고 있으며 나아가 한 나라의 사회 및 경제에 심각한 공황을 몰고 올 수 있다.
2000년 문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전산 전부문을 분석, 재조정해야하는 번거로운 작업이고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든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된다해서 전산시스템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특히 앞으로 해결해야할 시간이 고작 2년 밖에 남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2000년 문제가 심각해 지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수년전부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범정부적 조직을 갖고 국가 정책 차원에서 대처하고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 이 문제의 심각성을 민간기업은 물론정부 당국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들어 민간 기업 및 시스템 벤더, 정부 당국 일각에서 이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은 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다행한 일로 해석된다.
2000년 문제와 관련해 총무처는 최근 2000년 문제 현황 파악을 위한 공문을 전 부처에 발송해 놓고 있으며 정보통신부도 2000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반을 구성해 놓고 있다. 재경원과 한국전산원은 2000년 문제 해결에 소요될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산정 기준 지침을 검토하고 있다.
또 한국유니시스, 한국IBM, 한국HP, 한국후지쯔 등 대형컴퓨터 공급업체들도 2000년 문제 전담반을 구성, 국내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인터뷰-케플만 미국 북 택사스대 교수
『2000년 문제는 단순히 컴퓨터 날자 표기 혼선에 따른 전산시스템 장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기업 및 국가의 존망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이며 나아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범지구적 문제이다.』
2000년 문제의 심각성을 전파하기 위해 전세계를 순회하고 있는 케플만 교수는 이렇게 강조하면서 『2000년 문제는 기업은 물론 정부, 나아가 전세계 국가가 공동으로 협력해야만이 해결될 수 있는 지구촌 문제』라고 역설했다.
케플만 교수는 이와관련 『현재 전세계에는 컴퓨터로 운영되는 수백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데 2000년 날자 표기 혼선에 따른 전산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원폭이 탑재된 장거리 미사일을 컴퓨터가 제어하고 제철소, 자동차 공장, 화학플랜트 등 거의 모든 대형 공장이 컴퓨터로 제어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전산시스템 장애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20세기 최대 난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 문제가 은행 및 기업의 온라인 거래 혼선, 기업의 업무 차질 등 경제적이고 개인적인 사안으로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2000년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인 공황」을 간과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정부, 기업, 민간단체 나아가 전세계 국가가 동참하는 글러벌 차원의 협력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하게 전개될 수 있는데 각국 정부및 기업들은 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특히 수십년전부터 이 사안을 예측했던 컴퓨터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지금도 문제의 해결 보다 시스템 판매에만 열중하는 것은 기업 윤리 측면에서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00년 문제 해결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을 누가 지는가에 대한 논란이 미국에서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한국에서도 조만간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비용 문제는 사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면서 지금은 인류에게 시한폭탄처럼 다가오고 있는 2000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할 때』라고 케플만 교수는 권고하면서 『인류가 개발한 문명의 이기중 가장 우수하다는 컴퓨터로 쌓아 올린 20세기 첨단 문명이 하나님의 노여움을 사 한 순간에 무너졌던 바벨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