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메모리산업 현주소 (3);대우.한국전자의 시각

삼성, LG, 현대가 처음부터 메모리분야로 반도체사업의 가닥을 잡았다면 대우전자와 한국전자는 각각 주문형 반도체(ASIC)와 개별소자로 반도체 사업을 전개해 왔다. 그래서 양사의 시스템IC사업에 대한 감은 메모리 3사와는 분명 다르다. 양사 관계자는 공통적으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고 체험에서 우러난 심중을 내비쳤다.

대우전자 시스템IC사업은 지난 84년이 시발점이다. 대한전선으로부터 가전사업을 인수한 직후 가전사업과 함께 반도체 사업을 검토했고 87년 현재의 구로동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서 대우전자의 본격적인 반도체 사업이 시작됐다. 그 당시는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메모리에 대한 투자를 집행했던 시기. 그러나 대우그룹은 자동차를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결정했고 대우전자는 이에따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비메모리에 대한 투자 대신 가전산업과의 연계성이 높은 시스템IC사업을 중점 육성키로 했다.

시스템IC사업만으로 10년을 보낸 현재 대우전자가 그나마 선진업체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는 제품은 SMPS 컨트롤러,마이컴IC 등 두제품 뿐이다. 자신있게 ASIC설계기술은 국내 최고수준이라고 밝히면서도 기술, 가격, 영업력을 고려하면 다른 제품은 파고들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만큼 선진업체의 벽이 높다는 얘기다.

지유철 이사(대우전자 반도체 사업부장)는 『대우전자도 한때 「반도체 업계 세계 몇위」라는 거창한 비전을 수립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거창한 구호와는 달리 경영진들의 생각은 자체개발보다는 「사다 쓰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했고 세트 엔지니어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자체개발품을 이용하기보다 안정된 선진업체의 제품을 선호했던 것이 현실이었다』라고 최근까지 이어온 척박한 시스템IC 사업환경을 설명했다.

대우전자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시스템IC 사업을 힘들게 꾸려온 것은 시스템IC의 설계와 생산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혁신이 가능하게 되고 특히 세트의 수준도 함께 향상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때문이다.

지 이사는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설계, 마케팅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하고 그때까지 경영진들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전자는 반도체 개별소자중 소신호 트랜지스터 분야는 생산량으로 세계 2,3위를 다툴정도로 메모리 위주인 국내 반도체 사업구조에서 비메모리 사업으로 일정부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V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소신호 트랜지스터를 생산하면서 보유하게 된 아날로그 설계기술을 기반으로 한국전자는 80년대 후반 오디오기기 활황기에 연구차원을 넘어 2,3년간 활발히 오디오 시스템IC개발에 나섰던 경험이 있다. 한국전자 경영기획팀의 이규성 과장은 『한국전자가 공들여 IC를 개발하면 해외선진업체들은 개별IC를 집적해 원칩화한 IC나 디지털기술을 접목시켜 마이컴화한 IC를 곧바로 선보여 맥이 풀리곤 했다』고 그 당시 일방적인 싸움을 설명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기술과 생산부분에 대대적인 투자가 요구됐지만 그 당시에는 메모리 육성시책에 따라 시스템IC사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실정이었다. 한국전자는 자체자금으로 시스템 IC사업을 이끌어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투자를 중단키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이 과장은 『시스템IC사업의 특성상 한번 시작하면 지속적인 투자가 집행되야 했는데 당시 한국전자는 그만한 여력도 없었고 경영진도 「세계 1위의 가능성이 보이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전문업체로 성장한다」는 생존전략을 고수했다』고 시스템IC사업 포기이유를 밝혔다.

두회사 관계자 모두 『시스템IC사업은 메모리 못지않는 투자가 요구되지만 결실을 보기까지는 상당기간이 소요된다』며 『그때까지 경영진의 의지가 유지되는 지에 따라 시스템IC사업 성패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