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벤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금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까지 벤처기업 창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일선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의 경우 자신이 전공하고 있는 특정분야의 고도기술을 활용한 벤처기업 창업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데 이는 관련분야의 기술개발 촉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벤처기업의 기술개발 대상분야가 대부분 전자, 정보통신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산업기술진흥협회가 「연구구조 조정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최근 마련한 민간 연구소장 초청 토론회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초청된 연구소장들이 정부출연 연구소장들이 아닌 민간기업의 부설 연구소장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할 필요도 없는 자유스런 모임이었다. 50여명의 연구소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영자와 연구원들이 합숙까지 해가면서 회사의 성공적인 장기발전 계획을 수립한 경험담을 비롯하여 장기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수립과정에서 참고해야 할 사항 등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한마디로 연구소장들의 고민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연구소장들의 상당수가 경영자들의 인식부족을 탓했고 이를 공감하는 듯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최근의 경기불황 극복을 위해 연구소측에 신기술 개발을 요구하면서도 이에 소요되는 투자는 오히려 동결하거나 축소하려고 든다고 불평했다. 연구개발 투자는 3년 내지 5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투자인데도 최고경영자들은 매분기 당장 이익을 내는 데 급급한 나머지 연구개발 투자를 삭감하려 드는 것은 바로 최고경영자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연구원들을 AS요원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은 중장기 연구개발 수행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있었다.
연구소장들의 발언 중에는 경영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순수한 연구원의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현실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민간기업 부설연구소장들의 이같은 주장은 최고경영자들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은 연구원 차원의 의지나 신념으로만 성취되기는 어려운 면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