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관심이 날로 고조되면서 가정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가전제품에 대해서도 환경친화적인 제품개발이 요청되고 있다.
인천 대우전자 냉장고 연구소에서 선행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AR(Advanced Research)팀 소속 5명의 「소음파트」 연구원들에게 소리가 나지않는 화창한 봄날씨는 관심사가 아니다.
소음파트를 이끌고 있는 이종훈 선임연구원은 냉장고에 대한 소음연구가 국내에서 본격화된 시점을 지난 93년부터 라고 말한다.
현재 대우전자를 비롯해 가전3사의 최신 주력모델의 소음은 25∼27로 이 선임이 입사할 당시 국산 냉장고의 소음이 모두 33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그동안 국내 가전업계의 소음제어 기술도 빠르게 발전해 온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음수준은 평균 35∼40인 미국, 유럽산 냉장고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편이지만 일본제품과 비교하면 여전히 소음이 2∼3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산이나 일본산에 비해 미국, 유럽산 냉장고가 소음이 큰 데 대해 이 선임은 주거공간구조 차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방이 크고 주방에서 나는 소음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구미지역에서는 냉장고 소음이 불만거리가 되지 않는 반면 가옥이 협소하고 아파트가 많은 한국과 일본에선 소비자들이 소음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25∼27 수준이라고 하는 국산 냉장고의 소음은 청소기 (평균 55∼60)와 비교할 때 대수롭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은 이보다 7∼10 정도 큰 소음을 듣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25∼27라고 하는 소음은 사방으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실험실 조건에서 측정된 수치인 반면 실제로 일반 가정에서는 냉장고를 2∼3면이 막힌 구석에 설치하고 있어 벽에서 반사되는 소음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 선임은 『최근의 소음연구는 에너지효율을 높이면서 소음을 낮춰야 하는, 즉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체냉매를 사용하면서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냉매의 변화를 면밀하게 분석해야함은 물론 컴프레서, 냉각팬 등 각종장치와 내부 배관구조의에 이르기까지 면밀한 소음역학을 파악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단시간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소음에 대한 연구가 다방면에서 진행되면서 등장한 「능동소음제어」기술이나 「음질개선 연구」는 기존의 기계적인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가전업계의 소음연구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능동소음제어기술은 소음원과 정반대 위상의 소리를 발생시켜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술로 최저 10∼15 수준까지 소음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음질개선 연구는 소음자체를 줄이기 보다는 사람에게 즐겁게 들리도록 소리를 가공하는 감성공학적인 접근이다.
이 선임은 대우전자도 올 하반기부터 각종 실험 및 측정장비 등을 도입해 음질개선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첨단기술 도입과 함께 제품 양산시 소음편차를 줄이는 것도 이 소음파트 연구원들의 숙제 중 하나다.
소음연구원들이 소리에 대해 너무 민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선임은 『소리를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로 환산해서 분석하는 습관으로 인해 오히려 웬만한 소음엔 짜증을 낼 지 모를 정도로 둔감하다』고 대답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