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음악채널들이 조만간 벌어질 방송전쟁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제일제당 그룹은 케이블TV 음악채널인 뮤직네트워크(m.net)를 전격인수했다.제일제당 그룹(회장 손경식)은 지난 22일 m.net의 지배주주인 (주)영유통의 주식 55%를 1백4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공식발표했다.
제일제당 그룹은 『지난 3월 m.net의 최대주주인 (주)영유통으로부터 인수제의를 받고이사를 단장으로 한 실사단을 파견,한달간에 걸친 실사작업을 거쳐,지난 19일 공보처로부터 채널 대주주 변경에 관한 허가를 받아 양도, 양수에 관한 계약을 정식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제일제당 그룹은 m.net의 주식 55%를 인수,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게 됐으며,(주)영유통은 14.5%로 3대주주로 남게 됐다.기존주주인 고니정밀은 25%,진도는 5.5%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제일제당은 조만간 m.net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고,대표이사와 감사등 경영진을 선임할 예정이다.
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m.net가 방송 2년만에 신세대 젊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국내 최고의음악전문 케이블 업체로 급성장한 데다 영상, 음반, 비디오, 캐릭터 등 멀티미디어 사업의 수직,수평계열화 체계를 구축,종합 엔터네인먼트 그룹으로의 진용을 갖추기 위해 인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제일제당은 멀티미디어 사업부인 CJ엔터테인먼트 내에 음반사업부를 신설,「낙스(KNOX)」하는 음반 레이블을 통해 국내외 음반시장에 진출한데 이어,이번에 음악전문 케이블TV까지 인수함으로써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다른 케이블TV 음악채널인 코리아음악방송(KMTV)도 거함 제일제당의 우산하에 놓이게 된 m.net에 맞서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몸을 부풀려야 할 입장.관련업계에서는 현대음향이 지배주주로 있는 KMTV가 앞으로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으로 편입돼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강기획은 케이블TV 오락채널인 현대방송(HBS)를 내놓는 대신,음반사업 및 기타 부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KMTV를 끌어안는 것이 사업상 여러모로 유리하다.현재 같은 현대그룹계열사인 현대종합상사가 HBS를 인수,합병하기 위해 실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현대종합상사는 HBS를 인수한 뒤,위성방송사업 추진등 종합적인 방송미디어 산업에 뛰어들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KMTV측은 이런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KMTV의 한 관계자는 『현재KMTV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따라서 어디로 인수,합병된다는 것은 전혀 근거없는 소문에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케이블TV 음악방송을 둘러싼 환경은 그다지 전망이 밝진 않다.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홍콩의 위성방송인 스타TV의 음악방송인 「V채널」을 시청할 수 있고,조만간 일본의 「퍼펙TV」나「디렉TV저팬」등에서 음악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싱가포르에 있는 미국의음악채널인 「MTV아시아」에서도 방송시장이 개방되면 직접 우리나라로 위성방송을 송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 빠르면 올해중,아니면 내년중 새 방송법이 제정되면 국내 위성방송도 본격개시될 예정이다.물론 이중에는 음악방송도 포함될 수 있다.이렇게 될 경우,우리나라의 케이블TV 음악방송은 국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빠지게 될 전망이다.
이런 배경을 잘 알고 있는 대기업들은 이미 한발씩 「결전의 날」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