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창업 바람:대덕21세기회를 중심으로)
대덕연구단지가 벤처기업 설립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능력있는 연구원 출신의 벤처기업 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총 1천5백여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의 연구원 출신 창업기업만 약 3백개. 이 가운데 1백여개사가 대덕연구단지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이들 연구원 출신 창업기업은 대부분 전자, 컴퓨터, 정보통신, 정밀기계분야의 첨단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같은 연구원 출신의 벤처기업 창업 붐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민간연구소가 벤처기업의 산실이자 요람인 셈이다.
대덕연구단지가 벤처기업 창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전자통신연구원, 시스템공학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 표준과학연구원, 기계연구원 등 첨단 정보통신, 정밀기계분야의 연구인력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대덕연구단지내 각종 첨단연구시설의 공동활용 및 연구개발 정보교환 등 여러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에 대덕연구단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밖에 제품 개발시 연구소 인력 및 자금지원과 공동 연구개발 등 각종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지역 연구원들의 창업을 크게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덕단지의 창업붐 조성의 진원지는 바로 「대덕21세기회」. 컴퓨터, 소프트웨어, 반도체장비, 정보통신 등 각종 분야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처기업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 출신 창업기업 1호인 아펙스는 직원 92명이 지난해 51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려 반도체장비 설계 및 제조분야의 중견업체로 성장했으며 89년 표준과학연구원 연구원 출신 원종욱 박사가 창업한 원다레이저는 레이저 튜브, 콤팩트형 레이저 광속분할장치 등을 생산, 관련분야의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90년 9월 창업한 덕인(대표 임재선)도 표준硏에서 근무하면서 익힌 연구능력을 바탕으로 3차원 부피측정기를 개발, 생산하고 있으며 시스템공학硏 출신 이인동 박사가 설립한 한국인식기술도 문서인식 소프트웨어 「글눈」을 발표하면서 성장세에 있다.
이밖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출신 이경수씨가 창립한 반도체 공정장비 설계 전문회사인 지니텍, 같은 연구소 출신 창업기업인 아이티(대표 공비호)도 광송수신 모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며 21세기를 대비하고 있다.
또하나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벤처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요 요인은 창업지원센터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94년 과기원내 설립된 창업지원센터는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벤처기업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는 현재 다림시스템, 세트리연구소, 오롬테크, 도남시스템 등 20여개의 컴퓨터, 정보통신 벤처기업들이 입주,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센터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은 저렴한 임대료, 공동연구시설 이용, 과기원의 인력 및 기술정보 지원, 대전시의 기금융자 등 각종 혜택을 받으며 경쟁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지원에 힘입어 입주기업들은 각종 정보통신 관련 제품개발, 멀티미디어 관련 소프트웨어, 주문형반도체 등 미래 정보통신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연구결과물을 배출, 연간 2배가 넘는 매출신장을 올리고 있다.
더구나 최근 과기처에서 창업을 원하는 정부출연硏 연구원에게 창업관련 정보제공은 물론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상품화하는 데 필요한 연구비를 지급하기로 해 그간 창업후 금융지원이 주를 이뤘던 연구원 창업지원 활동이 창업전단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처가 금년 중으로 10억원을 들여 과기원 내에 2백여평 규모의 기술창업준비지원센터를 설립,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각종 정보제공 및 교육을 지원할 경우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소는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로 그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서기선·김상룡 기자>
<인터뷰> 전자통신연구원 산업기술진흥2부장 신무식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양승택)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가운데 가장 활발한 연구원 창업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90년부터 연구원 창업지원 규정을 만들어 각종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그 성과도 크다. 현재 전자통신연구원 출신 창업기업만 27개. 이들은 대부분 컴퓨터, 정보통신분야에서 떠오르는 기업으로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연구원 창업지원을 전담하고 있는 산업기술진흥2부 신무식 부장에게 연구원 창업의 애로사항과 지원내용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연구원 출신의 벤처기업 창업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연구원 출신 벤처기업 창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연구원 창업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연구소 내부의 시각부터 교정돼야 한다. 창업에 뜻을 둔 연구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거나 현재 추진중인 신규 연구개발 결과가 외부로 유출될까봐 우려하는 시각들로 인해 창업의사를 밝히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ETRI에서 연구원 창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제도를 마련해 정부부처에 제출했을 때 당시 정부관계자들은 연구원 창업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경우 연구원이 본연의 업무는 하지 않고 엉뚱한 창업에만 뜻을 두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최근 정부에서 벤처기업 활성화, 연구원 창업지원 방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항간에 연구원 창업이 활성화할 경우 고급연구인력 누출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연구원 창업과 함께 협력업체가 늘어나 공동 연구개발 및 분업화와 연구소 개발기술 이전을 통한 상품화가 가능해 국가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연구원 벤처기업 창업이 왜 중요한가.
연구원이 벤처기업을 설립할 경우 신제품 개발 및 해당분야의 전문지식, 관련분야의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어 성공도가 높다. 현재 본원 출신 창업기업들은 반도체 설비분야, 컴퓨터, 데이터통신, 광스위치, 멀티미디어 관련 설비 및 SW, 주문형반도체 설계 및 제작 등 관련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전자, 정보통신분야에서 첨단 기술개발을 통해 외국기업과 대기업의 틈새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국가경쟁력이라고 본다.
-연구원 창업기업들이 주로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은.
연구원 창업기업은 대부분 계측기 및 실험장비 등 기자재 이용과 관련분야의 기술전수를 원하고 있다. 특히 미래첨단 기술에 대한 수요와 연구개발 주력품목 선정을 위한 경제성 검토, 고학력의 연구인력 수급, 자금지원, 마케팅 지원 등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본원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99년까지 중소기업 기술력향상을 위한 공동연구센터를 완공, 벤처기업 중심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연구원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자체 심사를 거쳐 창업기업으로 확정한 이후 해당 연구원에 대해 3년동안 공식적인 휴직을 인정하고 있다. 연구원이 창업에 실패했을 경우 다시 연구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
창업자에 대해서는 창업정보지원, 연구원 보유시설, 실험용장비에 대한 이용 등 각종 기술지원을 비롯해 창업기업을 연구원 특별육성기업으로 지정해 기술정보 제공, 설립자본금의 50% 이내의 창업자금 지원, 연구개발 결과 및 특허실시권 허여, 공동연구 등을 시행하고 있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