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소형모터 산업의 현주소 (중);기술수준

세트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소형모터는 일개 부품에 불과하지만 그 자체로는 50여개의 정밀부품으로 구성된 어엿한 세트라 할 수 있다. 특히 소형모터 관련기술은 정밀가공, 유기재료, 반도체, 다이캐스팅, 정밀제어, 정밀금형, 표면처리, 자성재료 등 산업기반기술의 발전과 직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부품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일본이 소형모터 부문에서 다른 부품보다 비교적 높은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모터강국」으로 자리잡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전자재료, 정밀기계, 화학기술 등 산업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관련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80% 수준까지 근접한 조립기술, 성능평가기술, 열처리기술을 제외하고는 설계기술, 가공기술, 금형기술, 핵심부품, 도금기술, 응용기술 등 소형모터와 관련된 대부분의 기초기술에서 일본의 60∼70%선에 불과할 정도로 격차가 현격하다. 더욱이 최대 경쟁국인 대만과도 열처리기술과 핵심부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초기술에서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소형모터 관련기술중 가장 취약한 분야는 신제품 개발의 관건이 되는 설계기술. 따라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브러시리스DC(BLDC)모터, 서보모터 등 고정밀 모터의 대일 기술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특히 선진국들이 산업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있는 점에 비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기초기술력이 달리다 보니 핵심부품의 자급률도 낮아 자연히 일본 등 선진국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고 결국엔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소(KETI)가 발표한 「소형모터산업 현황 및 기술수요조사」에서도 DC마이크로모터, BLDC모터, 코어리스모터, 스테핑모터, 서보모터 등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주요 모터의 부품국산화율은 고작 20∼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관련업계의 지속적인 부품국산화 노력으로 마그네트, 코일, 베어링, 다이캐스팅, 사출품 등 범용부품의 자급률이 다소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고성능 Nd마그네트, 정밀급 볼베어링, 구동IC, 홀센서, 정류자, 링 배리스터 등 고가의 핵심부품은 국내 업체들의 품목고도화에 따라 수입률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기술이 취약하고 부품국산화가 지연되고 있는 데는 열악한 「맨파워」가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KETI의 임태빈 박사가 주요 업체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국내 소형모터 관련 인력현황을 보면 박사 및 기술사급이 0.3%, 석사급이 1.2% 등 대졸 이상의 고급 기술인력이 전체의 13%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소형모터산업이 이처럼 기초기술 부족과 부품국산화 지연 등으로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데도 불구, 일본 등 선진국의 기술이전 폭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더구나 정보통신용 첨단 모터의 경우 제조기술 이전까지 원천봉쇄하고 있고 아예 신제품 개발시엔 핵심 정밀부품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 또 국내 제조업환경이 척박해지면서 한국을 해외투자대상에서 기피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때문에 설사 국내 업체들이 어렵게 기술도입 계약을 맺는다 해도 일본 업체들이 비교적 하부기술에 고액의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계약서에 「수출규제」란 독소조항을 명기하는 것이 예사다. 이에 따라 최근엔 국내 업체들이 일본 업체들과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계약을 통해 간접적 기술도입 효과를 거두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일본으로부터 기술도입을 통해 모터사업을 전개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전제하며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형모터산업 육성정책은 설계기술 등 독자적 기반기술 확보, 전문인력 양성, 핵심부품 개발유도, 세트업계와의 연계를 통한 신제품 정보교류 등 기본적인 인프라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