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에어컨시장이 대중화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최근의 에어컨의 수요 동향에서 그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주요 에어컨 업체들은 올해 처음 12평형 패키지에어컨을 시장에 내놓았다.
그런데 업체들의 예상과 달이 이 제품에 대한 주문이 폭증해 목표 물량의 2∼3배나 판매가 늘어났다.
전체 가정용 패키지에어컨 기종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단번에 10%대로 뛰어올랐다.
반면 그동안 가정용 에어컨의 대형화 추세를 이끌면서 해마다 수요가 급증했던 25평형 에어컨은 최근 그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25평형 에어컨의 주문 증가율은 업체마다 10%를 밑돌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의 경기 침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될 수 있으면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12평형 에어컨의 판매 증가는 룸에어컨을 대신해 패키지에어컨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저가 패키지에어컨의 판매 증가는 한편으로 에어컨 소비자의 소득 계층이 하향화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산층 이상에만 보급됐던 에어컨의 소비가 이제 그 이하의 소득계층에서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에어컨을 주로 구입한 소비자는 대부분 35평짜리 아파트에서 사는 고소득 계층이었는데 요즘에는 30평 미만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에어컨을 구입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에어컨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12평형 제품이 평균 1백60만원대인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편 에어컨의 보급률도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에어컨의 보급률은 지난 95년과 96년에 각각 13%와 20%로 집계됐는데 올해에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3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어컨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에어컨을 2대 이상 보유하는 가정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에어컨을 보유한 2천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에어컨을 2대 이상 갖고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8%로 나타났다.
전년도의 조사결과에서는 그 비율이 3%였다.
에어컨은 이제 일부 고소득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가전제품으로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