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업체들이 각종 기능을 한데 묶은 통합보드를 PC에 대거 채택하면서 컴퓨터사용자들에게 초기 비용절감과 사용상 편의성면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만 제품의 기능을 향상하는데에 어려움이 많고 결국 컴퓨터사용자의 추가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문제가 적지않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립 PC업체와 PC생산업체들은 VGA, TV수신, 소프트웨어 MPEG 기능이나 사운드, 팩스모뎀 기능 등을 통합한 기판을 사용하면 제품 생산이 쉽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통합보드를 기본사양으로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기능이 한정돼 있어 일부 기능을 최신 사양으로 변경할 경우 업그레이드가 어렵거나 보드에 통합돼 있는 다른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 소비자의 추가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화곡동에 사는 J씨의 경우 한달전 펜티엄 MMX 2백MHz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한 최고급 사양의 대기업 제품을 구입했다.
그래픽카드의 성능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를 1백28비트 방식의 다른 그래픽카드로 교체하기 위해 가까운 애프터서비스(AS) 센터에 연락했으나 AS센터측은 『업그레이드하려면 통합보드를 제거한 후 새 그래픽카드를 설치해야되기 때문에 통합보드에 채용된 TV수신 기능과 MPEG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새 그래픽카드 사용을 포기하고 기본 2MB인 비디오 메모리를 4MB로 업그레이드하려 했으나 『통합보드엔 메모리 업그레이드 소켓이 없어 납땜(soldering)해야 하므로 AS센터로 통합보드를 가져와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J씨는 『3백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PC의 주 구매자는 파워유저일텐데 최근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PC는 여러 가지 기능이 통합된 일체형 보드를 사용하고 있어 업그레이드하려면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그럴 바엔 일반 PC보다는 사용자가 원하는 부품이 사용된 조립 PC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같다』고 말했다.
최근 컴퓨터의 기능통합보드의 채택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한달에 2∼3건에 불과하던 PC업그레이드의 불만사항 접수가 최근들어 크게 늘어 컴퓨터업체의 AS센터에 하루에도 2건이상의 통합보드 업그레이드여부에 대한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용산전자랜드에 위치한 조립 PC업체 M사의 경우 PC조립때 별도의 VGA, TV수신, MPEG, 사운드카드를 장착하지 않고 통합보드를 사용할 경우 2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2년전부터 통합보드를 사용해 왔으나 고객이 컴퓨터 마니아인 경우 업그레이드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난 해부턴 초보자용 PC에만 통합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S센터에서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경우 많이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며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사용자층의 정확한 용도 분석을 통해 제품의 사양 및 기능을 차별화하거나 주문형 생산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