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특집] 「20세기 도깨비 방망이」꿈꾼다

가정용 콩나물 재배기에서부터 각종 공연티켓, 잡지 등 도서류, 심지어 애완용 강아지에 이르기까지 각종 상품을 전화로 주문하거나 리모컨으로 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집까지 배달해준다.또한 산골짜기 시골마을 보건소에 찾아온 환자의 상태를 서울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실시간으로 진료하고, 환자의 엑스레이 필름을 전국 어느 병원에나 전송, 진료에 도움을줄 수도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자식이 강원도 삼척의 첩첩산중에 살고 있는 부모에게 생생한 동화상으로 안부전화를 걸고 받을수 도 있다.

이같은 서비스는 바로 「20세기 도깨비 방망이」라 불리는 케이블TV가 구현해 내는 세계다. 오는 5월말 허가되는 전국 24개 지역의 케이블TV방송국이 모두 개국하고,시골을 포함한전국 각지에 까지 케이블 전송망이 깔리면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나 볼수 있었던 이런 서비스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게 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케이블TV를 통해 전화나 PC통신, 인터넷은 물론 원격검침, 진료, 화상회의, 방범, 방재 등 각종 부가통신서비스를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는 시대가 조만간 열리게 되는 것이다.

『24시간 방송, 깨끗한 화면, 30여개의 채널』

2년전인 95년 3월 1일,이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꿈의 채널」 「뉴미디어의 총아」로 불리는 케이블TV가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주도해 갈 뉴미디어 산업의 중추적 하부구조로서 「다매체, 다채널」의 특징을 살려 첫선을 보였다.

이러한 케이블TV 개국으로 이제 시청자들은 영화를 비롯 보도, 여성, 교양, 교육, 음악, 어린이, 오락, 종교, 스포츠, 교통관광, 문화예술, 만화, 바둑, 홈쇼핑, 공공, 방송대학, 외국어 채널 등 모두 18개 분야, 29개 채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루종일 마음대로 골라가며 볼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수년내에는 각종 첨단 부가통신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정부는 지난 93년 5월 29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5개 광역시, 9개 도 2백60개 행정구역에 대한 종합유선방송 구역을 1백16개로 지정,고시하고 이 가운데 54개 지역의 종합유선방송국(SO)을 이미 허가한데 이어,지난 3월에는 나머지 62개 지역을 24개 SO구역으로 확대통합해 2차 SO를 오는 5월말께 일제히 허가할 예정이다.

이들 24개 SO가 올해 추가로 허가되면 늦어도 내년부터 전국에 걸쳐 모두 77개의 SO가 일제히 케이블TV 방송을 개시하게됨으로써 내년말께는 전국민 대부분이 케이블TV를 부분적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고 늦어도 2000년께는 각종 최첨단의 부가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그램 공급업체(PP)는 지난 93년 8월31일 1차로 보도 등 12개 분야에서 22개 공급자가 선정됐고 지난 94년 10월8일 문화예술등 4개 분야에서 5개 업체가 새로 프로그램공급자로 선정된 데 이어지난해 방송대학 채널과 함께 올 2월 아리랑TV가 추가로 개국함으로써 현재 모두 29개 채널로 늘어났다. 따라서 PP들은 이번에 2차 SO가 추가로 허가돼,개국하게 되면 PP는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명실상부한 전국방송으로 자리잡게 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조경목)에 따르면 올4월23일 현재 케이블TV 시청가구수는 1백90만에 가깝고 이 중 컨버터 설치 가구수가 1백30여만가구에 이른다.올 상반기안에는 2백만 시청가구, 연말까지 2백50만 시청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는 오는 2000년까지 전국1천2백만 시청대상 가구 중 40%를 상회하는 5백만 시청가구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또 이 가운데 3백50만가구가 유료시청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가 넘어야 할 장벽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허가한 울산 등 4개 지역 2차민방이 올 하반기 일제히 개국하고 지난해 7월 시험방송을 시작한 위성방송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고이어 나머지 채널들도 수년내 개국, 최대 24개채널까지 가세하면 TV채널의 무한경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상상 이상의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위성방송은 방송개념 자체의 대변화를 몰고올 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방송산업구조의 재편마저 몰고올 것이 확실시된다. 디지털 위성방송기술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로는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매체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말로만 논의됐던 「시청자 주권시대」가 활짝 개화한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방송,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각 매체는 경쟁원칙 아래에서 시청자의 욕구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한 프로그램 편성을 생존전략으로 삼아야만 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다매체시대 도래 및 시청자 주권 회복에 따라 TV를 바보상자가 아닌 보물상자로까지 평하고 있다.

앞으로 지상파, 케이블TV, 위성방송의 삼각체제 정립은 매체의 경쟁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의 경쟁을 유발,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의 취미, 개성 또는 정보욕구에 맞춰 채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것이다. KBS가 실시하는 무궁화 위성방송이 적용하고 있으며 다른 매체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은 다채널시대 진입을 의미한다.

디지털기술은 영상, 음성, 데이터 전송기술의 혁신적 변화를 몰고와 방송전파의 희소가치를 무색케 한다. 지상파를 비롯한 아날로그방송에서는 1개 회선당 1개 채널을 의미했으나 디지털 기술은 이같은 개념을 무너뜨린다. 특히 영상압축기술인 MPEG 2를 적용한 무궁화 위성방송의 경우 1개 중계기당 4개채널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기술발전 속도에 따라 채널확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1,2호기를 띄운 무궁화위성의 경우 6개 중계기를 보유, 최대 24개 채널까지 운용할 수 있으며 일본, 미국, 유럽 등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외국의 디지털 위성방송은 1백개 이상의 채널이 대부분이다.

특히 위성방송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고있는 방송의 디지털화는 지상파, 케이블TV에까지 파급, 앞으로의 방송환경은 본격적인 다매체, 다채널시대로 연결될 전망이다. 디지털 지상파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이 올해부터, 영국 BBC가 98년 상용화를 준비중이며 디지털 케이블TV도 조만간 국내외에서 가시화될 것이 확실하다.

디지털 방송기술과 새로운 매체로서의 위성방송이 몰고올 또 다른 변화는 개인통신부문에서 진전되고 있는 멀티미디어 환경에 대응해 방송의 위치를 공고히 해줄 것이란 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컴퓨터와 개인통신의 결정체인 멀티미디어 환경이 조만간 방송을 압도할 것이란 단정을 내렸었다. 양방향 서비스를 전제로한 개인통신의 멀티미디어 서비스 활용가치가 방송이 담고있는 잠재력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기술과 이에따른 다양한 서비스 제공은 이러한 전망을 일축한다.

방송 나름대로 존재의 영역을 확보하는데 이어 개인통신의 영역에도 진출도 머지않아 이뤄질 전망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이 선도하는 21세기의 다매체 다채널 시대는 영상산업에 대한 비중을 높여나갈 전망이다. 선진국에서는 위성방송에 따라 영상소프트 및 방송소프트산업을 21세기 최대의 유망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체 및 채널이 이전의 규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된다는 사실은 방송소프트에 대한 산업적 평가를 새롭게 할 전망이다. 또 한가지 위성방송시대는 국경없는 방송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문화를 실어나르는 전파월경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현대과학으로는 상상할 수 없다.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체제에 따라 방송시장 개방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이다.

지난해 10월 상용서비스에 나선 일본의 퍼펙TV는 70여개의 채널로, 또 금년중 시작될 디렉TV는 1백50여개 채널로 방송될 예정이지만 국내에서 막을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전용 수신기와 직경 45크기의 안테나만 있으면 누구나 수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이 아시아는 세계방송시장의 황금어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머독 등 주요 미디어재벌들은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 일본, 한국을 겨냥한 위성방송을 준비중이다.

이러한 국내외적으로 복잡한 방송산업 상황에 비추어볼 때 올해 개국 3년째를 맞는 케이블TV산업은 지상파방송에 이어 두번째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올해중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내년중에는 전국민이 직간접으로 케이블TV 영향권 아래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매체를 쉽게 받아들이는 우리나라 국민정서에 비추어볼 때 케이블TV의 전파속도는 미국이나 일본 등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2차 SO가 개국을 하고 나서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칠 경우 케이블TV가 단순한 다채널, 방송매체로서뿐 아니라 뉴미디어의 근간을 이루는 초고속 정보통신 매체로서 확실하게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