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은 전반적으로 전산분야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대형 컴퓨터산업에 대한 신규투자가 활발하고 중고 컴퓨터산업이 급격히 발전한 시기였다. 아마도 88년부터 95년까지 국내 중고 컴퓨터산업이 가장 활발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벌써 70년대 초부터 중고 컴퓨터산업(Third Party)이 꽃을 피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내에서 「중고 컴퓨터」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형성된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대형 컴퓨터분야에서 중고제품 사용에 대해선 모두가 반신반의하는 실정이었다. 중고 컴퓨터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도 높았다.
국내 중고 컴퓨터업체들도 IBM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거의 1∼2년마다 쏟아지는 신모델을 따라 갈 수 없기에 큰 희망을 갖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단순중개하는 IBM 브로커는 빠른 중대형 IBM 컴퓨터시장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기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안정성 있는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중고 IBM 컴퓨터사업을 해 온 몇몇 업체들이 IBM 제품이 아닌 타 기종을 취급하거나 서버시스템사업쪽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만큼 중고 IBM 컴퓨터시장에 대한 사업성을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의 상황은 어떤가.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기업체들은 빠른 라이프사이클을 가진 중대형 IBM시장을 따라가기보다는 중고 IBM 컴퓨터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인해 많은 경제적 이익과 안정된 시스템을 구축에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와 크게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중고 IBM 컴퓨터산업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부 중고 컴퓨터업체들이 전문적인 지식도 없이 제품을 공급하면서 고객들에게 중고에 대한 불신감만 가중시켰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제품 구입업체들의 신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전산투자비에 대한 타당성을 정확하게 검증하지 못한 데서 연유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의 입장에서보면 경기불황에 따른 원가절감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구입에 있어서 원가절감과 고정적인 유지정비 비용을 줄이는 데 다소 소극적인 것은 제품구입에 따른 비용절감효과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브랜드 이미지에 의존해 제품구매를 결정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과소비풍조는 가계(家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서도 특정업무를 무리없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중고 컴퓨터라면 이용못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기업의 전산기기 도입을 추진하는 담당자들이 특정 브랜드 이미지에만 의존해 신제품만 고집한다면 컴퓨터 도입을 통한 원가절감은 요원한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산고객들이 먼저 전산운영비용 절감에 대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반성하고 의식의 전환을 꾀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원가절감과 고정비 절감에 기여 할 수 있는 중고 컴퓨터의 활용과 메이커가 아닌 제3자 업체에 유지정비 서비스를 맡기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李完熙 코디스코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