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가전제품 개발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복합가전제품이 당초 기대와 달리 제조원가를 낮추거나 수요를 창출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디지털가전 시대를 앞두고 과도기적인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는 아날로그, 디지털 복합제품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아날로그기기인 VCR과 디지털기기인 비디오CDP가 복합된 제품(예:멀티비디오)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제품은 데크메카니즘과 신호처리 방식이 모두 다른 데다 신호 간섭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해 인쇄회로기판을 공용화하거나 부품을 모듈화하기어려워 제조원가도 낮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데도 복합가전제품 특성상 소비자에게는 두 제품을 따로 살 때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밖에 없어 결국 마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가 등장, VCR와 비디CDP 모두가 사양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판매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우전자는 최근 이 제품의 생산을 거의 중단한 상태이며 삼성전자도 같은 이유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를 VCR와 복합화한 제품을 상품화하려는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제품의 원조인 TVCR도 그릇된 시장분석 때문에 시장확대에 실패하고 있다.
TVCR가 지난해 전체 TV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인데 올들어 4월 말까지 이 비중은 7%대로 떨어졌다.
이는 TV업체들이 TVCR 수요가 거의 개인용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25인치급 이상의 대형 제품의 상품화에 주력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일본 TV업체들은 20인치 이하의 TVCR를 상품화하는데 주력, 꾸준히 시장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복합 가전제품의 개발 목적은 제조원가를 낮춰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인데 이처럼 수요 창출이 어렵고 제조원가를 낮추기 어렵다면 더 이상 상품화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만 앞으로 전개될 멀티미디어가전시대에 대비해 복합 가전제품에 대한 기술확보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데 그 방향은 디지털TV, DVD, 디지털VCR와 같이 동종의 디지털기기끼리 복합화하는 쪽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또 기존 아날로그형 복합제품도 지금보다 더욱 정확한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상품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