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사회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멀티미디어 분야에 우먼파워 바람이 거세다.
이제까지 여성들은 패션의류, 식품제조, 서비스업종에서 주로 활동해 왔으나 최근들어 게임 제작, CD롬타이틀 제작, 정보서비스 등 첨단 멀티미디어 분야에 여성들이 뛰어들어 경영인 또는 중역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현재 여성들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21세기 유망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는 게임산업이다.
PC게임개발사인 퓨처엔터테인먼트월드(FEW)의 이경순 사장(31)은 게임분야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여성경영인.
지난 95년 11월에 퓨처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그녀는 96년 국내 최대 히트작인 「야화」를 앞세워 국내 게임시장을 단숨에 석권했다.
이 게임이 해외 대작들을 제치고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적인 소재도 좋았지만 업계 최초로 워크스테이션에서 제작한 6백40Mbps백80모드의 고해상도 그래픽이 게이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여대 회화과 출신인 이 사장이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승부를 건 것이 적중한 셈이다.
95년 게임업체에서 아르바이트로 그래픽작업을 했던 이 사장은 처음 국산게임을 접했을 때 너무나도 수준 이하인 그래픽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직접 게임을 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한다.
후배 몇 명과 함께 PC게임 개발사를 설립한 그녀는 고해상도 그래픽의 실현을 위해 앨리아스를 탑재한 워크스테이션을 도입, 게임제작에 나서 불과 1년 만에 회사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이 사장은 최근 정부로부터 벤처기업으로 선정됨으로써 지원받게 될 14억원의 기술자금도 모두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투자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또 올해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유통을 강화하는 한편 멀티미디어분야에 신규 진출하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그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PC게임 개발사인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34)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국산게임을 만들겠다』며, 지난 93년에 회사를 창업했다.
정 사장은 회사설립 3년 만에 그 뜻을 이뤄 지난해 롤플레잉 게임인 「창세기전」과 「에임포인트」를 일본에 수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최근 출시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창세기전2」의 경우 프랑스에 수출한 데 이어 일본에서는 윈도95버전과 가정용 게임기인 소니플레이스테이션에 이식돼 출시될 예정이다. 이외도 현재 제작 중인 에임포인트 후속작인 「에임포인트-제로아우어」의 경우 유럽 회사들과 판권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 사장은 현재 제작 중인 모든 게임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출시하는 등 앞으로도 수출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정 사장은 『조직구성원이 학습할 수 있는 기회와 자원을 제공해 학습결과에 따라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는 조직만이 미국과 일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게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개발사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직원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소프트맥스는 최근 유망정보통신기업으로 선정돼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삼국지 시리즈의 국내 공급사로 유명한 비스코의 이지영 상무(36)는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 퓨처엔터테인먼트의 이경순 사장과 함께 게임분야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3인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19억원의 매출실적을 거둬 게임업체 중 상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비스코의 대표는 윤용철 사장이지만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 관리하는 사람은 이지영 상무로 알려져 있다.
91년에 설립된 비스코는 고에이사의 최대 히트작인 삼국지 시리즈를 독점 공급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 상무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평가다.
이 상무는 일본게임을 한글화해 국내 공급하는 단순 컨버전업체로 남길 원치 않는다. 게임제작사로 탈바꿈해 국산게임을 자체 제작하는 한편 국내 개발사들이 제작한 국산게임을 해외로 수출하는 창구역할을 맡는다는 게 이 상무의 올해 추진할 사업계획 중의 하나다. 이외도 여성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상무는 『국내 게임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먼저 불법복제를 근절하고 확고한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국내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지적했다.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여성경영인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청미디어의 김양신 사장(44)이다.
연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오랜 동안 프로그래머로 활동해온 김 사장은 94년에 청미디어를 창업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사업 첫해 CD롬타이틀인 「한국우표110년사」를 개발한 청미디어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정보통신부로부터 「우표로 보는 한국」 개발자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엔 한국통신 공공DB 및 상업DB 사업자로 선정됐다.
또 지난해엔 정통부로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응용기술개발과제 개발자와 기반기술사업 개발자로 각각 선정됐으며, 올 4월엔 마침내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청미디어가 짧은 기간에 빠른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김 사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멀티미디어 관련 기술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김 사장은 『CD롬타이틀 제작 및 DB소프트웨어 개발분야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온라인게임과 인터넷서비스 사업에 주력, 국내 최고의 멀티미디어 전문업체로 발돋움한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아이코 정진영 사장(34)도 멀티미디어업계에서 탁월한 사업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성경영인 중의 한 사람이다.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서양학을 전공하고 만화영화사와 광고회사에서 많은 실전경험을 쌓은 정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CD롬타이틀을 만들겠다며 93년말 회사를 창업했다.
가장 진보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 각광받고 있는 CD롬타이틀은 그래픽과 사운드, 텍스트, 영상을 혼합시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픽과 영상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 있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런 점에서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출판기획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축적한 정 사장이 직접 참여해 제작한 CD롬타이틀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아이코는 지금까지 「서울쥐와 시골쥐」 제작을 시작으로 「귀신쫓는 삽살개」 「일곱마리 너구리의 한글유치원」 「노래로 배우는 영어」 등 교육용 타이틀과 현대자동차, 쌍용정보통신, 데이콤 등의 기업홍보용 타이틀을 다수 제작, 탄탄한 제작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정 사장은 『인터넷 붐을 타고 기업 홈페이지가 우후죽순처럼 개설되고 있지만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홈페이지는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인터넷을 첨단 비즈니스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시각적으로 차별화된 홈페이지를 제작, 네티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아이코는 웹페이지 구축을 위한 토털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대기업 홈페이지 구축 및 공공부문의 멀티미디어 DB홈페이지를 잇따라 제작,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