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A라는 사람이 국가반역 혐의로 KGB에 붙들려 갔다. 이어 A의 친구인 B도 같은 혐의로 체포돼 둘은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혹독한 분리심문을6 받게 된다. 당시의 형법 적용례에 따르면 예상 형량으로서 둘다 혐의를 자백시에는 10년형을, 둘 다 끝까지 심문을 견디고 혐의를 부인시에는 3년형을, 한명은 자백하고 다른 사람이 부인시에는 자백한 사람에게는 1년형을, 부인한 사람에게는 25년형이 부과된다. 이럴 때 과연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할까?
결론으로서 둘다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자백함으로써 10년형을 산다는 것이다. A의 입장에서 보면 B가 자백하든 안하든 자신은 자백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자백하게 되고 같은 논리로 B도 자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A.딕시 교수의 「죄수 딜레마 이론」이다.
딕시 교수는 OPEC간의 카르텔 체결과 붕괴과정을 예로 들고 있다.
OPEC는 70년대 배럴당 3달러의 유가를 80년대 3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가격협정을 체결했으나 죄수 딜레마에 따른 카르텔 붕괴로 86년에는 10달러선까지 유가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상에서 보듯 죄수 딜레마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정한 룰에 의해 경쟁해야 하는 게임에서 각자가 집단 이기주의 하에 자신의 이익이 최대가 되도록 하는 절대 우위전략만을 취하다 보면 상호간에 불신과 배반으로 결국은 자신들의 이익이 최소가 되도록 하는 전략을 취할 때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는 것이다.
지금 이러한 죄수 딜레마 현상이 인도 통신시장에서 재현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셀룰라와 무선호출 사업권을 취득한 민간 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지자 상호간 협정을 무시한 채 가입자 유치를 위한 무차별 시장공략을 강행하고 있다.
인도에 이들 서비스가 처음으로 도입된 95년에 사업자들 사이에는 협정이 준수돼 공정경쟁이 이뤄졌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96년부터 후발사업자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 이하의 단말기 가격에 보증금을 무료로 하는 가격파괴전략을 시도했다. 이러한 가격파괴전략은 선진국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확보된 후에야 조심스럽게 시도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처절한 제살깎기로 인도는 지금 모두가 패배하는 「마이너스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결과로 사업자들은 엄청난 재정적자에 허덕이며 추가 재원조달로 외국 투자자들에게 지분매입을 권유하고 있으나 자멸하기만을 기다릴 뿐 시큰둥한 반응뿐이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후발주자의 적극적 공세에 기존 이동통신회사는 절대 우위전략으로서 자신의 과거 행적에 비판을 가하면서 창씨개명의 명분으로 삼아 부자간의 인연까지도 끊으려 하고 있다.
또한 이제 막 선보인 시티폰서비스의 판촉경쟁이나 새로이 선보일 PCS서비스가 가세되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죄수 딜레마의 악순환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궁극적으로 외국 통신사업자들에게 먹히고 마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국통신 인도 델리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