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모니터인가 TV인가.
최근 PC와 TV 영역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TV 신호처리기능을 갖춘 대형모니터를 컴퓨터 모니터로 간주할 것인지 TV로 규정지을 것인지를 놓고 관계당국과 업체 간의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같은 공방전 이면에는 특별소비세라는 변수가 작용하고 있기때문이다. 대형 TV의 경우 사치품으로 인정받아 22%의 특소세가 부과되는 반면 컴퓨터 모니터에는 특소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논쟁의 초점이 된 제품은 컴퓨터 전문업체인 진흥전자가 개발한 38인치 대형 모니터. 교육기관의 프레젠테이션용으로 개발된 이 모니터는 일반 컴퓨터 모니터기능에다 TV신호를 처리하는 TV수신보드를 내장해 TV 및 비디오 시청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진흥전자는 당초 이 제품이 초, 중, 고교의 멀티미디어학교 구현에 필요한 PC기능뿐만 아니라 TV, 비디오 등 복합적 솔루션을 갖추고 있어 쌍용정보통신을 통해 교육부가 실시하는 교단선진화사업에 대량 공급할 계획이었다.
진흥전자가 자체개발한 38인치 대형모니터는 PC기능을 기본으로 하면서 TV와 비디오 기능 등을 부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므로 TV가 아니라 당연히 컴퓨터 모니터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내부 소비세 예규를 들어 TV수신보드를 내장한 진흥전자의 대형 모니터는 컴퓨터 모니터가 아닌 TV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소비세 예규에 대형 컬러모니터의 경우 TV수신이 가능하면 TV수상기로 구분하고 있다』면서 『진흥전자가 개발한 모니터는 TV수신보드가 모니터 자체에 내장돼 있어 PC전용물품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만큼 TV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특소세 과세물품에 해당된다』고 말하고 있다. 컴퓨터 본체가 아닌 모니터 자체에 TV수신처리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모니터 설계단계부터 TV로 제작됐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진흥전자가 최근 개발한 대형 모니터는 TV브라운관을 이용한 컴퓨터 모니터로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형태의 제품이어서 다소 애매한 부분은 있다』면서 『그러나 차제에 관계기관은 급변하는 첨단전자제품의 기술변화에 대응해 관련 법규를 새롭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을 것』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논쟁은 갈수록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PC와 TV의 영역을 구분하는데 하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