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소모품 특집] 필수품 정착.. 알짜배기 8천억 시장

전산소모품 시장은 거대한 공룡급 시장이다. 복사용지와 복사기 토너정도로만 인식되어 오던 전산소모품 시장은 이제 옛말이다. 우스개 소리로 「인천앞바다가 사이다라도 컵 없이는 못 마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제 아무리 훌륭한 컴퓨터라도 디스켓이 없으면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없다.

물론 하드디스크로 일부 저장 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 잉크젯프린터에 잉크가 없으면 속없는 찐빵이다. 레이저프린터에 토너가 없으면 이 또한 마찬가지다. 출력할 마땅한 용지가 없어도 상황은 똑같다.

컴퓨터와 주변기기, 그리고 소모품은 바늘과 실이다. 무엇하나라도 없으면 효율적인 작업은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컴퓨터와 주변기기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비례적으로 전산소모품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또 그동안 컴퓨터의 악세사리로만 알았던 전산편의용품 역시 편의용품이 아닌 필수품으로 점차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는 최근 사무직 근로자들 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VDT증후군의 확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컴퓨터에서 발생되는 무방비상태의 전자파. 온 종일 규격화된 책걸상에서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허리결림과 어깨통증을 호소하는 컴퓨터 유저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산소모품 시장은 8천억원대로 단연 플로피디스크과 용지류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컴퓨터보안기와 컴퓨터 책상, 디스켓 보관함 등 컴퓨터와 관련된 편의용품 또한 만만치 않은 시장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플로피디스크 시장의 경우 의외이긴하나 지난 95년 국내에서만 1억2천만개로 최대 정점을 이룬후 지난해 8천4백만개로 감소추세에 접어 들었다. 올해는 6천6백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시정이다. 세계시장도 95년 42억개에서 지난해는 40억개로 줄어들었으며 올해는 36억개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대용량 하드디스크가 등장하고 소프트웨어가 대용량화되면서 빚어진 결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장 보편적이고 많이 사용되는 테이터 저장매체는 플로피디스크이다. 제조업계에서도 플로피디스크의 사양화에 대비해 기존 1.2MB의 5.25인치 디스크나 1.44MB의 3.5인치 디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1백20MB의 디스크를 내놓는가 하면 새로운 기억매체인 CD리코더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데이터 저장매체시장은 여전히 튼튼한 성을 지키고 있다. 잉크젯프린터에 사용되는 잉크시장은 20만원대 보급형 잉크젯프린터가 쏟아지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내에서 시판되고 잉크는 대부분이 수입품. 98% 이상이 프린터 메이커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고 2% 정도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리필잉크이다. 따라서 프린터 제조업체는 프린터 팔아 좋고 잉크팔아 좋은 「도랑치고 가재잡은」식이다.

반면 리필잉크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7~8개업체 정도로 대부분 영세업체 들이다. 시장 규모가 말해주듯 시장의 고성장에 비례한 상대적 빈곤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미국 둥 선진국에선 이미 전체 수요의 30%이상을 리필잉크가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상황은 기술부족과 소비자의 선호도 부족으로 리필잉크시장은 제자리 걸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리필잉크는 정품잉크에 비해 가격면에서 50~70%가량 싸다.

수많은 전산소모품중에서 가장 시장의 성장속도가 빠른 품목이 바로 컴퓨터보안기.

전자파의 유해론이 거론될 때마다 시장상황을 달리하고 있다. 초기 편광보안기에서 구리망사 소재로 된 매시보안기, 어스단자를 이용한 멀티코팅 보안기에 이르기까지 발전속도와 시장규모가 여느 품목보다 두드러진다. 전체 시장규모는 5백억원. 전체 시장중 아직까지 숫자상으로는 편광보안기가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가 멀티코팅 보안기 몫이긴 하지만 매출은 이와 반대다. 전체 매출의 70%이상이 멀티코팅 보안기에서 나온다. 이유는 멀티코팅 보안기가 고가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멀티코팅 보안기는 전자파제거 정전기 방지 및 난방사 방지효과가 있고 전자파나 정전기로 인항 데이터 방지 효과까지 있어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에 업체마다 자사만의 장점을 부각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최근에는 디자인 경쟁까지 가세해 컴퓨터보안기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컴퓨터 책상은 그동안 사무환경 개선 운동의 확산으로 OA시스템 가구의 수요증가가 눈에 띄게 늘었으나 불경기의 장기화로 올해는 수요처의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태. 전체 시장규모는 2천억원정도. 그러나 컴퓨터책상은 사무환경의 전산화의 지속적인 추진 영향과 학교 멀티미디어 교실의 확대계획과 맞물려 오는 2천년까지 매년 평균 20%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터 교육부가 각급 학교에 멀티미디어교실 구축작업을 활발히 확대하고 있는데다 전용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컴퓨터책상은 올해 매출규모를 1백%이상 높게 책정하고 있다.

이밖에 서류홀더, 디스켓보관함, 크리너류는 약 1백억원대의 시장으로 크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컴퓨터 소모품시장은 반쯤은 빨갛게 익은 사과다.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오히려 무르익지 않은 시장은 기대감이 크다. 현재 전체 시장을 8천억원 정도로 추정하지만 내년에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의 발전속도와 보급수준, 그 잣대로 컴퓨터 소모품 시장을 바라보면 해답이 나온다. 그래서 요즘 컴퓨터 소모품 업체들은 분주하다. 기대감도 크다. 잠시의 불황이 가져다준 충격이 있을 지라도 앞날이 보이는 사업에 모두들 들떠 있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