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들의 경기에 대한 감각은 남다르다. 전문지식과 오랜 경험이 합쳐져 현실을 보는 눈은 보통 사람들보다 정확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 통찰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룹 총수와 대기업 사장들이 최근 국내경기를 제 각각으로 진단하고 있다. 감각이 무뎌졌는지 아니면 경기변수가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그런지 현상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에서부터 비관적으로 보는 이까지 다양하다. 그렇지만 공통된 점은 대통령선거가 끝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경기는 접어두고 우선 1.4분기의 국내 경기를 보면 내수는 여전히 침체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으며 수출도 일부 업종에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부진, 무역역조가 80억달러에 이르러 지난 한해 동안의 규모와 거의 맞먹는다.
국내 대규모 전자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는 이렇다 할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LG전자, 대우전자 등 대표적인 국내 전자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하면 아주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자랑스럽게 떠벌이던 현지공장이 대부분 부실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빚더미에 앉은 제니스를 인수했다가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가 하면 대우전자는 회장이 나서서 몇달 동안 프랑스 현지에서 살다시피하면서 매달렸던 톰슨 인수건이 거의 무산됐는데도 그후 별다른 대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젠 내수시장에서도 가전제품 수입이 급증, 외산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국산 가전제품이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업체들은 뒷짐만 지고 있으며 그렇게 하고 있어도 경기는 자동적으로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때 경영위기에 처해 온갖 경영혁신을 시도했던 IBM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런 IBM이 1.4분기에 순익증가율만 54%에 달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는데 그것은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를 바라며 입만 벌리고 누워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는 오는 2000년이면 백색가전에서 5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이익률 5%를 달성, 가전업체로서 세계 빅5에 들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외산에 밀리고 해외 현지공장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도 3년이 채 남지 않은 2000년에 세계 5위 안에 들겠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