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하반기 주차설비업의 사업요건이 완화되면서 최근 2년동안 자본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 주차설비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시장질서가 혼탁해지고 부도가 속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일 주차설비 관련업계 및 한국입체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94년 5월 조합에 가입했던 조합원사는 모두 55개 업체였으나 지난해말에는 89개 업체로 늘어났다. 대기업과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주차설비 업체수는 약 2백여업체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주차설비 업체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와함께 조합원사 가운데 30%인 30여개 업체가 매년 부도로 쓰러지고 다시 다른 업체로 설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로 건실한 조합원사는 60여개사에 이르고 있으며 그나마도 최근 계속되고 있는 경기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일부 업체들은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공사를 수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빈곤의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차설비 업체들이 이처럼 난립하게 된데 대해 유명무실한 법과 관련법령의 애매모호성을 들고 있다. 기계식주차설비공사는 건설업법 시행령에 따라 승강기설치공사업면허가 필요하고 면허없이 시공할 경우 1년이상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는 승강기설치공사 면허없이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가 많다는 것이다. 전국에 승강기설치공사업 면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는 1백50여개 업체로 알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60%는 승강기만 취급, 주차설비를 시공하면서 승강기설치공사 면허를 보유한 업체는 40%인 60여개사 미만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지난 94년 개정된 건설업법 시행령은 이동(분해 또는 해체이동)가능한 기계에 대해서는 건설업법상의 면허가 없어도 되는 것으로 규정, 업체 난립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2단식 주차설비를 제작, 시공하고 있는데 이동가능한 기계의 범위가 애매모호해 면허가 없어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립요건이 비교적 다른 업종에 비해 까다롭지 않아 고의부도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법령을 재정비해 주차설비업 진출 요건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