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통일정보통신연구소 설립기념 좌담회

최근들어 남북한 주변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남북통일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북한의 정보통신분야를 비교연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보통신은 민족과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분야에 대한 연구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본사는 통일정보통신연구소(IRICUK)를 설립, 앞으로 남북한의 정보통신산업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먼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 좌담회를 열고 이 분야 현상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사회:황장엽 전노동당 비서의 망명, 식량지원문제 등 최근 남북관계가 급변하면서 통일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에 본사는 통일정보통신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통일을 대비한 정보통신의 대응책 모색」이라는 주제로 각 분야의 권위있는 전문가들을 모시고 좌담회를 갖게 됐습니다. 기탄없는 의견을 개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진 교수께서 이 분야 현황과 지금까지 이뤄진 관련 연구활동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용옥 교수:그동안 이 분야 연구활동은 매우 미미해서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유는 우선 북한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고 연구환경이 전반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연구가 진행돼 왔는데 통신분야에서는 전자공학회에서 기초연구가 있었고 정보화처리분야에서는 여기 계신 박찬모 교수께서 오랫동안 연구를 해오셨고 자료를 상당히 축적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송부분에서는 방송연구원이나 KBS 등에서도 연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연구들이 대개 사회과학적인 접근만을 해왔고 기술적인 문제를 분석한 경우는 역시 자료의 부족 때문에 어려웠습니다.

통일 이후의 한국의 개괄적인 모습을 보면 인구가 7천만명에 총 면적 22만, 한반도 주위의 만주나 연변지방의 한민족 집단거주지를 포함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반경 1천 이내에 약 10억명 가까운 인구가 밀집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통일 이후에는 전세계적으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방송이나 통신, 정보의 상호 융합적인 관계와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의 국제적인 문제도 첨예하게 대립될 것입니다. 따라서 통일 이후 벌어질 정보 및 물류의 이동을 고려할 때 통신6정보, 방송의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그와 관련해 94년부터 3년에 걸쳐 남북한과 중국이 포함한 정보처리분야 학술대회가 연변에서 있었습니다. 박 교수께서 계속 참가하셨는데 거기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죠.

박찬모 교수:한국국어정보학회가 주축이 돼 94년부터 학술대회가 시작됐는데 최길룡 조선과학기술자연맹 서기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의 참가자들이 3년간 변함없이 참석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3년 뒤 4가지 분야에서 공동안을 채택했고 그 공동안을 서로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는데 컴퓨터용어분야, 자판기, 자모순, 코드 등이 그 것입니다. 3년간 참석하면서 학술적으로는 얼마든지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민간차원의 교류를 하면서 서로 동질성을 찾고 신뢰를 구축한다면 통일을 앞당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북한의 정보통신분야 현황은 어떻습니까.

진용옥 교수:북한의 통신관련 현황을 보면 분단 당시는 남북이 수준이 같았다고 할 수 있는데 50년이 지난 현재 전화기가 1백만대 미만, 컴퓨터가 10만대 미만 ,TV가 흑백TV를 포함해 1백50만대 미만의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남한은 그 10배 이상에 이르고 있습니다. 남한과 비교하면 북한의 경우 황무지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원웅 부원장:지난 정보통신의 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백30만대로 나와 있고 가입자수는 1백8만9천명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는 94년 9월 말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자료입니다.

진 교수:부족한 자료 때문에 유엔개발계획(UNDP)나 ITU 자료 참고를 많이 하는데 사실 정확한 자료라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북한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개인전화는 없는 실정입니다. 전화보급이 1백30만대라고 하는 것도 가입 가능한 PBX의 단자수로 봐야 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실제 보급대수로 보기 어렵습니다. 90년 아시안게임 때 북한 고려여행사의 홍보 전단에 보면 평양의 국번호가 5단위였습니다. 이는 전체 평양시내가 8만 미만이라고 추정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전국이 50만 미만이라고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쯤은 60만에서 80만 정도로 예상되며 1백만 미만이라고 생각됩니다.

<윤>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일사분란하고 믿을만한 자료가 불충분합니다. 북한이 올 4월8일 체신절에 전국의 전화 자동화를 완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평양과 각 도청소재지 간의 시외전화 자동화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의지는 있다고 보는데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북한 체신부에 인력이 현재 1만5천명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정연구원께서는 북에서 오래 계셨으니까 이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죠.

<정> 사실 북한 내에서도 정보가 차단돼 있어 정확한 현황을 알 수가 없습니다. 또 음향기기 분야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알수가 없었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분들이 대체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덧붙인다면 전화는 중앙당 간부급 이상이나 일부 북송교포들에 한해 갖고 있고 일반 주민들은 개인 전화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일부 특수 계층에서 PC를 갖고 있다해도 프린터는 절대로 허용이 안됩니다.

<사회> 그럼 이번엔 정보통신분야의 산업기술 측면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보죠. 이원장님 어떻습니까.

<이> 이 분야는 특히 자료가 부족합니다. 또 있다 해도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산업은행이 발표한 산업기술동향에 보면 「남북한 전기전자기술의 수준비교」라는 자료가 있는데 이 자료에 의하면 북한의 경우 가전부문에서 소형 컬러TV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전반적으로 우리의 70년대 후반정도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통신의 경우 우리가 전전자식 교환기를 생산하는데 반해 북한은 반전자식 교환기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이는 우리의 80년대 초반에 해당하고 컴퓨터분야는 16비트 소형 컴퓨터를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자료도 92년도에 나온 자료입니다.

<석>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을 하죠. 현재 북한의 경우 기계식교환기 조립생산은 가능한데 전자식 교환기의 기술은 없다고 합니다. 90년대 초를 기준으로 볼 때 기술수준은 소규모 IC 생산, I2통화용 반송기기 및 중계기를 자체 생산하고 있고 산업용로보트생산 그리고 광전자공학 기술도입 등으로 요약됩니다. 정보산업분야는 82년에 8비트 마이크로컴퓨터 시제품인 「봉화4」를 제작 발표했고 83년에는 국가과학원에서 김책공과대학내에 전자계산기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87년 「컴퓨터생산의 획기적 증대」를 내용으로 하는 김일성 교시가 나오면서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습니다. 90년에 김책공과대학내 컴퓨터요원양성센터를 개설해 한글 워드프로세서인 「창덕」을 개발했으며 87년부터 전국 프로그램 경연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4백40여건이 출품됐다고 합니다. 또 평양프로그람쎈터(PIC), 조선콤퓨터쎈터(KCC)를 운용하고 있고 96년에는 윈도95용 조선어처리 프로그램인 「단군」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 북한의 경우 외국의 첨단 기술을 받아 들이는 건 상당히 빠릅니다. 단지 상품화 기술이 없을 뿐이죠. 우선 교육기관에서 먼저 받아들입니다. 김일성대학이나 김책공대, 평성리과대학이나 자강도의 국방대학 등이 주요 연구기관입니다. 그런데 첨단 연구시설이나 장비가 절대 부족합니다. 또 북한의 기술연구는 군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군수일령체계라는 것이 있어서 군대에서 민간부문 과학원에 과제를 줍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고급인력은 70년대말 80년초부터 집중적으로 양성중입니다. 83년에 러시아에서 신형으로 개발한 대공방호무기를 들여와 연구했던 인력들이 중심이 되서 프로그램센터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 박교수께서는 지난 4월초 나진 선봉 지역을 다녀오셨는데 그 얘기를 해주시죠.

<박> 하루일정으로 다녀와서 자세히 알수는 없었습니다. UNDP 관계자와 투자를 원하는 기업들과 함께 다녀왔는데 우리를 안내한 중국인에게 이 지역 통신시설을 물어보니 인프라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또 외국기업이 들어가려면 컴퓨터 요원이 필요한데 그런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연변 과기대에서 이 곳에 분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컴퓨터 요원을 양성한다는 계획이지요.

<석> 나진 선봉과 관련해 태국 록슬리사와 북한 대외건설총회사가 합작해서 설립한 동북아전신전화회사가 현재 이 지역의 통신망을 구축 중입니다. 현재까지 전화 5천회선과 중국 훈춘과의 광통신을 개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98년까지 1만5천회선으로 증설한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사회> 다음으로 방송분야의 현황과 교류방안에 대해 얘기를 해보죠. 김교수께서 지난 22일 정보통신의날 기념강연에서 강연을 하셨는데.

<김> 두 지역이 교류를 하는데 있어 처음에는 물건이 교환되고 다음에 사람이 교류하고 마지막에 사상,철학,문화가 교류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법칙입니다. 통상,통행,통신이라는 얘긴데 결국 통신이 되면 통일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됩니다. 독일의 경우 통신이 가능했기에 통일전에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방송의 역할이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기능해야 할 것이 방송입니다. 이는 상호 이질감을 해소시키는 제일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 방송이기 때문입니다. 통일 이전에라도 상호 방송 교류가 있으면 더한나위 없겠지만 현재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상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판문점에 통일방송국을 세운다거나 남북이 공동프로그램을 제작 또는 프로그램을 교환하는 것 등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석> 방송은 크게 라디오,공중파,위성방송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방송은 남북 간에 방식이 달라 직접적인 교류가 어렵습니다. 또 위성방송이 시작돼 방송수신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우리의 위성방송은 디지털방식이어서 세트톱 장비가 필요한데 북에서 그걸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김> 연변지역의 조선족들이 많이 듣는 방송이 연변방송, 중국어TV, 한국사회교육방송, 그리고 한국의 비디오 순입니다. 작년에 나진 선봉 접경지역인 방천에서 시험해 본 결과 우리의 라디오 방송이 잘 잡혔습니다. 연길에서는 92Cm, 심양에서는 75Cm 파라볼라 안테나만 있으며 위성방송 수신이 가능합니다.

<윤> 서울에서 판문점까지 비디오 전송이 가능한 5회선 정도의 통신 채널이 연결돼 있고 판문점 내에서 북한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비디오 케이블 2개 회선이 준비돼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TV 전송시 즉각 출동 준비가 돼있습니다.

<진> 북한은 거의 대부분이 유선TV입니다. 채널이 고정돼 있다는 것이 바로 그걸 의미하는데 체신부에서 관리하고 있지요. 앞서 북한의 TV보급이 1백50만대라고 했는데 사실 흑백TV 50만대에 라디오 까지 포함해 1백50만대라고 한 겁니다. 중앙방송이 각 지방까지 보내는 중계회선인 마이크로웨이브 중계회선이 낙후돼 있어 전국방송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지 회의적입니다. 유선TV는 우리의 CATV와는 다른 것이고 예전에 음악방송을 일방적으로 전달해주던 유선중계방식의 방송입니다.

<사회> 정부에서 구상중인 통일대비 중장기 대책은 어떻습니까.

<석> 한국통신을 중심으로 해서 통일 후 기본통신망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하는 계획은 수립돼 있습니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남북한의 문제는 동서독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동서독은 통일 이전에 통신분야 뿐 아니라 기타 다른 분야에서도 실질적으로 민족의 이익이 되는 상호협력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래서 박교수께서 말씀하신대로 통일전에 민간분야의 학술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면 그것이 통일에 도움이 되고 정보통신 분야의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정보통신분야 협력은 국가통합 즉 통일을 촉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활발히 움직이면 타분야까지 확산되리라 기대합니다.

남북교류나 통일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작년말부터 정통부에서도 종합계획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통신이 중심이 돼 정부,관련업계,학계,연구기관 등의 전문가로 전담반을 구성해 계획을 수립중인데 올 연말까지 기본정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입니다.

기본내용으로는 한국통신이 주축이 돼 유선전화망을 기본으로 한 기본통신과 이동전화나 위성통신, 초고속정보통신망 등의 구축과 관련된 통신 인프라 구축문제와 통일후 비용 조달 문제, 통일후 정보통신산업 육성책에 대해 연구 중입니다. 또 합작투자나 공동 기술개발, 북한의 저임금 고인력 구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하는 문제도 연구중입니다. 방송이나 통신의 표준 문제를 포함한 통합방송망 구축방법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통신에서 기본 통신망 및 설비를 구축하는데만 약17조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고 정보통신부분을 모두 포함하면 1백조원 정도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 예산을 어떻게 조달하는가 문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본적인 백본 구성 등은 정부예산으로 조달해야겠지만 북한의 통신사업자 선정과 연계해서 상당부분은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업자에게 장기 채권발행을 허용하고 외국 차관도입을 지원하는 방법등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통신분야는 수요가 있다면 경쟁체제를 통해 민간부문을 참여시켜 상당부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윤> 한국통신에서는 90년 초부터 통일에 대비한 사업구상을 해왔습니다. 현재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는데 통일이 언제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예측불허여서 실행가능하면서 상황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통일후 한반도 전체의 네트워크 통합, 북한지역의 기본통신시설 확장 두가지를 전제로 게획을 수립중입니다. 우리의 경우 분단 50년 동안의 이질화를 해소하는 문제가 선행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준화된 한반도 통신표준에 대한 준비도 중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또 통일 직후 일시에 분출될 천만 이산가족의 통신욕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도 현실적인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회생을 위해 산업용 통신수요도 필수적으로 일어날텐데 이에 대한 충족방안도 장기적인 계획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우리가 북한의 기술수준을 평가할 때 시장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측면에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우 러시아의 예를 봐도 알수 있지만 기초적인 기술수준은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따라서 피상적인 숫자에 나타나는 것보다 실제 기술수준 자체는 높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거대한 군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과학기술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재정적인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의 기술수준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를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이미 그런 것을 강구하는 기업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하드웨어 분야는 자금력 때문에 투자가 어려워 소프트웨어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데 상당한 기술수준입니다. 이에 비해 인건비는 낮습니다. 이러한 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북한이 자생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석> 독일의 경우 3단계 장기 통일이었습니다. 통일비용이나 통일정책은 어떤 형태로 통일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통일 이전에 통신분야협정을 체결하고 상호 교류를 한다면 통일비용도 그 만큼 줄어 들겁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제3국 공동진출을 모색하는 등 통일전 협력방안은 많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장기적인 협정이 체결된다면 비용 측면에서 많은 절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통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현재 북한의 생산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때를 대비한 비용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준비도 필요합니다.

<사회> 정갑열 연구원께서는 남북의 정보통신 분야 교류 협력방안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 90년 동구사회권이 붕괴됐을 때 북한도 붕괴될 것이란 예상들을 많이 했는데 아직도 건재한 것은 북한이 동구와는 달리 정보통신을 완전히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정보의 차단 때문이지요. 통일전 남북간 정보통신 교류는 민간 차원의 학술적교류는 가능하겠지만 국가적 정보통신 분야의 교류는 쉽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체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겁니다.

<사회> 마지막으로 마무리 말씀을 해주시죠.

<박> 통일에 대비한 종합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초고속정보통신망 등의 인프라 구축을 고려해야겠고 남북간 기술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교육부문에 있어서는 자유롭게 교류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학술적인 연구분야에서는 공동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산업분야에서는 합작회사나 해외 공동진출 등의 협력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북한 대중의 정보마인드 제고을 위해서 컴퓨터를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겠군요.

<진> 15년간 이 분야를 연구해 왔는데 국내에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부족합니다. 이전 점에서 통일정보통신연구소 설립은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며 이를 계기로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 무궁화위성시대가 되면 동북아가 바뀝니다. 남북과 중국, 소련, 일본과의 관계가 바뀌는 것입니다. 동북아에서 일본과 중국이 전자통신이나 위성통신 분야의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걸 조절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그와 관련해 우리에게 상당한 이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대비해 재일교포 및 중국의 조선족을 포함한 「한민족정보공동체」 형성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추진하고 미시적인 차원에서는 한민족 전체를 아우르는 합작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게 된다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회> 장시간 수고 하셨습니다.

<정리=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