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정복을 꿈꾸는 어린이들

『미국과 일본에 빼앗긴 소프트웨어 시장을 반드시 우리 손으로 되찾겠습니다.』 『컴퓨터와 통신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외교관이 될 거예요.』

어린이의 꿈과 사랑으로 몸도 마음도 더욱 푸르른 5월. 서울 잠실에 위치한 잠신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맞는 97년의 5월은 여느 해보다도 푸르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홈페이지를 통해 친구들과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고 나의 존재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5월이면 부모님과 편지로 주고받던 얘기도 이번에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달할 생각이다. 컴퓨터와 통신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꿈나무의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잠신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이처럼 남다른 5월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지난 4월 25일 정식 선보였던 이 학교의 홈페이지(http://www.joynet.co.kr/vschool/jamsin)다.

이 학교내 컴퓨터동아리인 「조이클럽」 회원 18명을 중심으로 지난 96년 12월부터 추진돼 오던 학교 홈페이지 제작작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 손으로 우리들의 홈페이지를 만들자. 어린이라고 못 할 일이겠는가.」 어린이가 직접 HTML 문서를 만들고 페이지 곳곳에 그림과 소리도 집어넣는 등 5개월여의 작업 끝에 이들은 마침내 깜짝 놀랄 일을 해냈다.

어린이들 각자의 홈페이지를 비롯, 학부모란과 선생님란 등 그동안 갈고 닦았던 컴퓨터와 인터넷 실력으로 다양한 얘기들을 모아 꾸민 홈페이지는 다른 어떤 웹페이지 못지 않게 근사했다.

이번 5월 동안에는 어린이들의 그림과 글짓기 등 좀더 많은 작품을 홈페이지에 담을 계획이다. 친구들과의 더욱 활발한 교류를 위해 게시판을 띄우고 홈페이지를 통해 졸업한 동문들과의 교류도 구상 중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도전했던 이들은 컴퓨터를 생활 곳곳에 활용하는 데도 익숙해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미래 정보사회의 주역으로서의 포부는 누구보다 원대하다.

넷스케이프나 익스플로러로 인터넷에 접속, 유명 연예인들의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야후를 통해 그때 그때 궁금한 사항들을 검색해 보는 것도 잠신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일이다.

컴퓨터와 컬러프린터로 학급신문을 만드는 일도 이들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홈페이지 제작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잠신초등학교 정소영 양(13)은 『시간표나 일정관리 등을 컴퓨터로 정리한다』며 『컴퓨터와 통신은 자신의 충직한 비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조하나 양(13) 역시 『컴퓨터로 악보를 그리고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 내겠다』며, 컴퓨터 정복의 의지를 표현했다.

HTML과 워드프로세서, 인터넷에 이어 자바 프로그래밍의 학습을 희망하는 어린이도 있을 정도로 이들의 학습의지가 높다는 게 지도 선생님들의 의견이다.

잠신초등학교를 비롯, 현재 50여개 초등학교 내에서 멀티미디어교실을 운영 중인 한교원의 이태석 사장(33)은 『어린이들의 컴퓨터 능력은 어른들의 상상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나다』며, 『98년에는 더욱 현저한 향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스스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곳도 급격히 증가해 내년 5월에는 더욱 많은 어린이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태석 사장은 『이번 5월에만도 대왕, 신천, 수유초등학교에서도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홈페이지가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5월에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예비 빌 게이츠들의 재치를 한껏 느껴볼 수 있으리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처럼 예비 빌 게이츠를 꿈꾸는 어린이들 앞에 순탄대로만 펼쳐져 있는 것은 아니다.

제한된 컴퓨터 시설과 통신회선을 비롯해 절대적인 학습시간 부족 등 어린이들 앞에 놓여진 장애요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터넷에 산재하는 무수한 홈페이지 중 불과 5%에도 못미치는 한글 홈페이지와 이들의 고민을 속시원히 풀어줄 번역소프트웨어의 부재 등 어린이를 좌절시키는 요소들도 많다. 인터넷에 접속해 어린이들이 자유롭고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우수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일은 어린이를 사랑하는 어른들에게 남겨진 몫이다.

잠신초등학교 조이클럽을 지도한 신용규 선생님(46)은 『인터넷을 통한 외국 어린이들과의 편지교환이나 모임도 주선할 방침이지만 시설적인 측면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마음껏 날고 싶은 어린이들을 제한된 시간과 시설로 붙잡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