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PC-TV영역싸움 "점입가경"

"거실을 점령하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다." 정보가전 개념이 도입되면서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TV와 PC의 영역파괴 경쟁이 최근 삼성전자가 신개념 PC를 출시하면서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거실을 장악한 채 가전의 터줏대감으로 치부되던 TV는 PC의 도전에 대응하는 수세적 입장에 있었고 PC는 「밀실에서 광장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보강하는 순서를 밟아 왔다.

그러나 최근 대우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가전업체들이 TV에서도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 PC를 상용 출시하면서 PC와 경쟁에 불을 짚혔고 삼성전자 등 PC업체들은 아예 TV를 대체하려는 신개념 모델을 선보여 반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삼성이 출시한 「텔레PC(M560D시리즈)」는 단순히 정보네트워크의 우위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부가한 기존의 공격 전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획기적인 개념 전환을 이뤄 양측의 대치상황을 새로운 전장으로 몰고갈 전망이다.

「텔레PC」가 주목되는 것은 새로운 기능보다는 24인치 와이드 모니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5인치 모니터가 주류을 이루고 있던 기존 PC시장에서 24인치, 그것도 4대3및 16대9 화면비율을 모두 지원하는 와이드모니터를 채용한 것은 「노림수」가 무엇인지 잘 드러난다.

와이드 브라운관은 TV업계가 포화상태에 달한 현재의 시장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신개념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이것을 이번에 PC에 적용한 것이다. 삼성측 설명으로는 PC 이같은 모니터를 개발하고 장착한 것은 모두 처음이라고 한다.

TV가 PC에 비해 절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디스플레이부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큰 화면의 디스플레이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TV의 강점은 곧 PC의 약점이라는 점에서 TV업계는 대형화면의 강점을 최대로 활용하고 여기에 PC의 기능을 부가해왔다.

필립스 등 외국업체들은 세트톱 박스를 이용해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접속을 해결하지만 국내 가전업체들은 TV 속에 그 기능을 내장하고 무선 키보드와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건 20∼40인치대에 이르는 대화면을 무기로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PC업계는 TV수신기능을 포함, 다양한 기능을 부가해 TV에 도전해 왔지만 모니터 크기의 제약으로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삼성의 텔레PC가 그래서 주목을 받는다.

24인치 와이드 모니터는 일반 TV브라운관으로 환산해도 20인치가 넘는다. 일반 TV시청은 물론 DVD를 비롯한 각종 정보가전 주변기기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심지어 영상전화 및 영상회의까지 소화하는 크기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싸움의 승부를 「알 수 없다」고 예상한다. PC의 도전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TV가 갖는 거실에서의 위상은 확고하다는 주장과 결국 PC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양립하고 있다.

TV는 디스플레이의 비교 우위외에도 사용이 간편하고 소비자들과 수십년간 익숙해져 있다는 「친화력」이 단연 뛰어나다. 아직도 거실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기성세대들에게는 아무리 가전화된 PC라도 그것은 사용하기 어려운 「컴퓨터」로 인식되고 있다.

또 가격이라는 메리트도 무시못할 요소로 지적된다. 예컨대 대우전자가 판매하는 TV중에서 가장 비싼 모델이 「인터넷 TV」이지만 값은 1백만원대에 불과하다. PC는 어지간한 멀티미디어 모델은 2백만원이 훨씬 넘고 24인치 와이드모니터를 장착한 「텔레PC」라면 그 두배 이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PC의 우세로 기울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기능 통합화가 가속화되는 추세속에서 PC의 원천적 강점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고 가격 역시 가격대 성능비를 따진다면 결코 TV에 비해 열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빌 게이츠의 주장대로 앞으로는 TV, 컴퓨터, 전화 등 모든 정보가전기기가 하나의 단말기로 통합되는 것이 확실하다면 최근의 싸움은 그 첫 단추를 꿰는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