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창조] 열림커뮤니케이션

『자연언어처리분야는 파고들수록 어려운 분야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힘든 만큼 일에서 많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이 분야가 지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컴퓨터부문에서 마지막 남은 개발예정지라고 불리는 한글 자연언어처리분야에 뛰어든 지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우물만을 파고 있는 벤처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교육과 오락을 접목시킨 에듀테인먼트 CD롬타이틀시장에서 「별이」 돌풍을 일으키며 세상에 이름을 알린 열림커뮤니케이션(대표 방갑용)이 바로 그 주인공.

『한글의 단어 뜻과 문법적 특성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분야를 연구하지 않고서는 컴퓨터의 언어장벽을 허물 수 없습니다.』

지난 88년 광고출판업에 뛰어든 열림커뮤니케이션의 방갑용 사장은 92년부터 고려대 이용재 교수, 한성대 고창수교수 등과 함께 자연언어처리분야에 관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해 향후 대화 프로그램을 비롯해 번역프로그램, 검색프로그램 등 한글관련 소프트웨어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생각에서다.

7억원의 순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은 결과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얻은 열림커뮤니케이션은 94년에 연구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한 데 이어 이듬해엔 첫번째 상품을 선보였다.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에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기초적 수준의 대화 프로그램인 「별이 열살」이 바로 그것. 열림은 시제품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제품에 대한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별이 열살」은 1만카피가 판매되는 등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방 사장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성원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에 1년 6개월의 긴 업그레이드 기간을 거쳐 최근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인 「별이 열한살」을 내놓았다.

「별이 열한살」은 출시되자 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제품을 사용해 본 소비자들은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소녀인 별이를 만나는 순간 이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가 아프거나 외로울 때 별이는 여러가지 방식으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등 사이버 친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기 때문이다.

별이는 또 교육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마땅한 교재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PC과외 학원들이 앞다퉈 「별이 열한살」을 초등학교 교육용 소프트웨어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와 컴퓨터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인데다가 교육적 요소와 오락적 요소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타이핑을 통해 채팅하듯 별이와 대화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키보드 연습은 물론 맞춤법과 대화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이 타이틀 안에는 속담집, 맞춤법, 고사성어 등 9권의 책이 들어 있어 교육용 교재로 적합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사용자가 마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 듯 별이에게 직접 말을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학생 스스로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

『「별이 열한살」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한글 자연어처리분야를 연구개발하면서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영 번역프로그램과 한글정보검색기 등 다양한 한글관련 상품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열림커뮤니케이션은 별이 열한살의 후속 상품으로 초등학생들의 영어학습 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영어하는 별이」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열림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외 어느 업체보다도 먼저 한영 번역프로그램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현재 기계번역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영한번역 및 일한번역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한영 번역프로그램은 출시되지 않고 있다. 한영 번역프로그램의 기반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글 자연어처리분야가 아직 취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제3국어를 또 다른 제3국어로 번역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머지않아 일본업체들이 우리보다 앞서 한영 번역프로그램을 발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선 이 분야에 대한 정부나 대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열림의 방 사장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한 제대로 된 영한 번역프로그램은 만들 자신이 있지만 자금의 뒷받침이 없어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며 못내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