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현대전자 전문 컴퓨터유통 사업 진출 의미

현대전자는 2일 일본 최대의 컴퓨터 유통업체인 아도전자공업(대표 가나야마)과 국내에 티존(T-Zone)코리아라는 전문 컴퓨터유통 법인을 설립하고 1천평이라는 초대형 전문 컴퓨터매장을 개장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 컴퓨터 유통시장 새판짜기의 결과와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대전자의 티존코리아 설립은 지난해 1월 국내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이후 중소업체에서 대기업 주도로 시장환경이 변화하는 컴퓨터 유통시장의 구조조정 작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국내 컴퓨터 유통시장은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80년대 후반부터 국내시장을 이끌어온 중소 전문 유통업체들에 의해 주도돼왔으나 PC가격파괴와 장기적인 경기침체 등으로 이들 업체 서서히 사라지고 대기업들이 그 공백을 메우면서 점차 대기업 주도로 재편돼 왔다.

지난해말 소프트타운, 토피아가 대기업에 전격 인수됐으며 올해 2월에는 한국소프트정보통신,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등 중견업체들이 부도를 내고 잇달아 쓰러졌으며 세진컴퓨터랜드가 대우통신의 분할점령(?)체제하에 들어갔다.

대우통신, 해태전자, 두고그룹 등 대기업은 인수업체를 계열사로 편입시키거나 지분투자 등을 통해 유통시장 공백을 서서히 메워갔으나 전사차원에서 대대적인 사업전개나 기존 인수업체의 사업규모를 능가하는 자본투자를 자제해왔다.

결국 올해초까지 컴퓨터 유통시장의 구도변화가 서서히 진행됐지만 대기업들의 사업행보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전자는 1천평이라는 초대형 매장개설, 컴퓨터 관련제품에서 통신기기에 이르는 종합유통사업, 일본 최대의 컴퓨터 유통업체와의 합작을 통한 국내 유통법인 설립, 해외 유통사업 전개 등 대기업다운 면모(?)를 갖춘 사업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국내 대형 컴퓨터 매장이라면 주로 50평에서 1백평 규모인데 티존코리아가 오는 9월 서울 잠실에 설립할 1호 매장은 1천평 규모로 하나의 유통매장이 컴퓨터 유통상가급 수준에 해당되는 초대형으로 꾸며질 전망이다. 티존코리아는 이어 올해말까지 서울에 2호점을 개설하고 점차 지방 대도시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컴퓨터 유통매장의 초대형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유통품목도 컴퓨터 하드웨어를 비롯 소프트웨어, 액세서리, 서적 등 컴퓨터와 관련한 모든 제품에서부터 서적, 휴대폰, 시티폰 등 통신기기 전 품목을 취급할 예정이다.

컴퓨터의 경우 삼성,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등 대기업 경쟁업체 제품은 물론 외국 PC업체, 중소 유통업체, 조립PC업체 품목 등 국내 유일한 종합 양판점사업을 표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용산의 한 컴퓨터 유통사업자는 『현대전자의 이번 사업계획 발표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통망이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의 판로가 다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외국 PC업체의 제품판매도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외국 PC의 국내 시장점유율 확대에도 일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티존코리아가 표방한 해외 유통시장 진출계획은 국내 컴퓨터 유통업체들에 새로운 시작개척 가능성을 타진해주는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전자는 오는 11월 티존코리아에 25%의 지분투자를 한 일본의 아도전자공업과 공동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베이 에리어(Bay Area)에 티존 USA 2호점을 개장하고 내년부터 동남아지역을 대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합의함으로써 그 성공여부과 관련업계의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