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바이어나 대기업으로부터 품질불량을 이유로 거액의 클레임을 받는다면?」
자금력과 시험분석에 대한 공신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국내외 대기업을 상대로 자사제품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외국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니 시험결과를 남들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에도 제품불량의 근본 원인을 찾아주는 「불량분석 전문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불량분석 전문기관을 표방하고 95년3월 설립된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신뢰성시험센터(센터장 차종범)가 바로 그 곳으로 최근 중소기업 육성 붐을 타고 새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연구소나 시험기관이 제품의 우열을 판가름하는 성능검사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센터는 불량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불량품을 양품화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양품화 지원기관은 미국과 유럽에만 있을 뿐 일본도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다.
또한 시험규격이 없는 신개발품도 평가할 수 있어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기간 단축과 개발된 제품의 성능평가를 지원할 수 있고 분석대상이 특정부품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서비시스템,시스템에 이르기 까지 포괄적인 분야에 걸쳐 지원이 가능한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실제 외국업체들이나 대기업들의 클레임 요구를 이런 방법을 통해 해결한 예도 있다. 국내 H社가 외국의 유력 컴퓨터 주변기기업체인 C社로부터 거액의 클레임을 제기받았을 때 문제가 C社 제품의 디자인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것임을 입증한 바 있고 전자부품업체인 D社가 모 자동차회사로부터 에어컨 불량의 원인으로 클레임 받았을 때도 해결해 주기도 했다.
이렇게 불량을 해결해 준 건수가 지금까지 총 1백2건,비용절감 금액이 1백10억원 정도에 이른다는게 센터측의 주장이다.
특히 이 센터는 최근 중소기업 지원이 연구소의 주요사업의 하나로 대두되면서 중소기업 애로기술 지원의 중추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일 신뢰성협력을 강화하고 정부공인기관 자격의 획득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전자공업협동조합과 공동으로 신뢰성향상 5개년 계획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 센터의 활동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최근 중소기업들의 호응도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다는게 센터측의 분석이다.
차종범 센터장은 『올해만 약 70개 업체를 대상으로 1백건의 불량분석 지원을 해줄 예정으로 있는 등 기업의 요청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홍보가 덜돼 이런 일을 외국의 기관에 의존,불필요하게 외화가 낭비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