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마케팅에 주력하고 생산은 외부에 위탁하는 「팩터리리스 비즈니스」가 벤처기업의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창업 초기에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소규모 벤처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품이 많이 들면서 관리하기 어려운 제조분야를 없애고 연구개발 중심의 기업운영을 통해 기업운영을 최대한 효율화한다는 전략아래 무공장 사업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회사 덩치만 커져 조직 및 인력 관리에 매달리느니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겠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모토다. 이같은 경향은 특히 무엇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사업성패를 좌우하는 정보통신기기나 부품분야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LG정보통신이 생산라인을 2000년대 초까지 단계적으로 철수, 연구 및 마케팅 중심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는 등 대기업에까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신기지국용 모듈을 주력 생산하는 마이크로통신은 지난해 7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생산은 대부분 마산의 부품업체인 H社에 의뢰하고 있고 일부는 안산의 한 SMT업체를 이용한다. 이 회사의 총 종업원 30명중 20명이 연구인력이고 마케팅담당이 3명인 반면 생산부문 인력은 생산관리 3명이 전부다.
주문형 반도체(ASIC) 및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비디오CD 플레이어 등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벤처기업의 하나인 건인은 지난해 2백2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테스트를 위한 파일럿라인만 있을뿐 모든 생산은 외주업체에 의뢰해 해결하고 있다. 이 업체는 현재 종업원수가 총 1백2명으로 현재 1인당 매출액이 2억원에 이르고 있지만 『1인당 매출액을 5억원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이며 앞으로도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ASIC 전문업체인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그동안 개발한 통신용 반도체를 2.4분기부터 본격 양산, 지난해 40억원이었던 매출액을 올해 1백2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나 모두 반도체 조립라인을 갖춘 대기업에 위탁 생산한다. 이 회사는 총 종업원 40명중 35명이 연구인력으로 앞으로도 인력은 지속적으로 보강해 나갈 방침이지만 대부분 연구인력이 대상이다.
지난해 초 설립된 엠티아이는 최근 기지국용 업/다운컨버터 등 RF부문 모듈과 고속 무선호출단말기 등을 개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반도체 및 부품 생산업체인 D社에 의뢰해 생산을 추진하는 등 앞으로도 최소 몇 년동안은 제조라인 없이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통신부품업체인 도남시스템이나 아이티 등도 공장없이 사업하는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자체 라인이 없기 때문에 긴급한 납기나 정책적인 소량주문 등에 대응력이 다소 떨어지고 바이어들이 제품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반면 제조라인을 가질 경우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이 1억원을 넘기 어렵지만 이처럼 공장없이 운영할 경우 1인당 매출액 2억원 이상도 가능, 기업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