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비메모리산업 현주소 (9);정부의 육성계획

『올 들어 앞다퉈 발표된 관계기관의 비메모리산업 육성계획을 들여다보면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기초기반기술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춘 중장기계획이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는 전에 볼 수 없었던 고무적인 현상으로 이제 우리 정부의 지원정책도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중소 시스템IC업체 Y사장)

현재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발벗고 나선 관계기관은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처 등 3곳으로 비메모리산업에 관한한 이들 기관의 관심과 열의는 결코 업계 못지 않다.

『어차피 WTO체제하에서는 상품화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규제될 수밖에 없고 공정기술이나 상품기술개발 분야는 업계의 경쟁력이 더 우월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인력양성 및 기초기술 연구지원 등 기술기반 구축사업에 주력해 나갈 계획이다. 비록 예산확보문제나 결과가 나오기까지 소요시간 등을 감안할 때 종전보다 힘은 더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산업 체질강화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이 실무자들의 일치된 생각이다.』(통산부 부품과 J서기관)

통산부의 일차적인 목표는 현재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비메모리 생산비중을 2000년까지 30%로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국가연구소, 대학연구소에 있는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반도체기술 개발사업에 참여토록 하는 민, 관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산, 학, 연의 실질적인 연계를 이루는 장기협력체제를 조기에 확립한다는 전략이다.

통산부의 청사진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반도체기술발전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것. 이 프로젝트는 국가, 대학, 기업 연구소가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요소기술의 실태를 파악하고 선진국의 반도체 기초기술 선정기준을 비교검토해 향후 10년간 우리 반도체기술에 적용될 기술발전지표를 마련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정통부가 추진하는 비메모리사업의 초점은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지원에 맞춰져 있다. 『중소기업용 ASIC개발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01년까지 총 4백1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ASIC 수요업체인 중소 세트업체와 ASIC 설계업체의 공동개발사업을 위해 2백억원을 지원하고 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매년 1백여명의 설계인력을 교육시키며 30개 품목의 ASIC제품을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정통부 산업지원과 K과장)

ASIC지원센터 설립도 정통부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차적으로 오는 9월에 2백평 규모로 개소할 예정인 ASIC지원센터는 ASIC개발을 위한 교육과 설계도구는 물론 관련정보도 중소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ASIC개발협의회」를 구성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역할분담식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등 국내 ASIC산업의 기반확충사업을 중점 추진할 방침이다.

과기처가 추진중인 「(가칭)반도체혁신기술개발사업」은 기존 지원방식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 우선 사업기간이 98년부터 2007년까지로 관계기관의 비메모리 지원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길고 무엇보다 산, 학, 연이 컨소시엄형태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반도체기술이 시스템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테라∼나노급 기술확보, 시스템온칩(SOC)개발, 멀티미디어용 반도체개발 등 3가지 방향에서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최근에야 밑그림이 완성된 단계여서 실행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연간 지원금액만도 5백억원 이상으로 책정돼 있는 등 가장 의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방향은 올바르게 잡은 만큼 앞으로 지원효과 극대화가 비메모리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지원책을 바라보는 업계의 기대어린 시각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