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을 멈출 것이냐, 출혈생산을 계속할 것이냐.』
국내 커피메이커 제조업체들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자체 브랜드로 커피메이커를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중소업체인 한불과 베스톰, 단 세군데. 동양매직과 카이젤은 해외 협력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필립스, 브라운, 내셔널, 물리넥스 등 외제품이다.
국내에 커피메이커 바람이 불던 90년대 초, 지남전자, 동우전자공업, 원진공업, 삼덕금속, 오성사, 대덕전자 등 중소업체들이 앞다퉈 커피메이커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밀려드는 외산품과의 경쟁에서 뒤져 부도와 생산중단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해야만 했다.
국내 커피메이커 제조업체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고 있는 것은 생산단가. 4,5인용을 기준으로 할 때 외산이 대부분 10∼15달러에 수입되고 있는 가운데 재료비, 생산설비비,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원가에서부터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양매직과 카이젤 등은 해외 OEM업체와의 협의하에 아예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겼다.
두 번째 고민거리는 세제의 문제이다. 현재 커피메이커는 특소세 부과대상 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국내에서 제조할 경우 제조 원가에 15%의 특별소비세를 물어야 하고 또 제조원가와 특소세, 마진 등을 포함한 가격에 30%를 교육세로 내야 한다. 반면 수입품은 마진을 뺀 수입단가에 특소세와 교육세가 부과돼 결과적으로는 국내 제조업체에 불리하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세번째로 급격히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선도할 수 있는 디자인의 개발도 쉽지 않은 과제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 기술력으로 디자인 및 금형을 개발하고 생산은 협력업체인 무궁화전자에 맡기고 있으나 금형 개발비만 해도 2억원씩 드는 터에 시장이 불분명한 상황이라 과감히 투자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 중소업체인 한불은 현재 자체 개발한 4개 모델을 시중에 판매하고 있으나 제조원가가 높아 생산라인을 돌릴수록 적가가 나고 있는 실정이라 계속 생산라인을 가동해야 할지, 중단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년에 용량을 다양화한 제품 2개 기종을 출시할 계획을 잡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다행히 베스톰의 경우 지난해 통상산업부로부터 공업기반기술개발자금을 받아 히터와 스위치, 각종 안전장치 등 관련 부품의 국산화 및 제품 디자인 개발을 진행해 나가고 있으나 제품의 성공여부는 시장에 내놓고 봐야 할 일이다.
커피메이커를 생산하고 있는 중소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시점에서의 대책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먼저 정부의 과감한 지원 대책이 필요합니다. 만들어 보았자 2천∼3천원도 이윤이 남지 않는 품목에 특소세에 교육세까지 물어야 하니 누가 만들려고 하겠습니까. 커피메이커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품목입니다. 외산에 시장을 송두리째 빼앗기지 않으려면 자금 지원 및 기술개발 등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관련업계의 컨소시엄 구성도 시급한 때입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