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업계 여성파워 시대 (8);대우전자 강창미씨

「전자제품 판매기」.

자동판매기가 아니다. 지난해 8억3천만원의 매출을 올려 판매여왕으로 등극한 대우전자 모니터사원 강창미씨(29)의 별명이다. 웬만한 대형 대리점의 1년 매출보다 높은 액수다. 이제 그녀에겐 「걸어다니는 대리점」이란 별명도 무색하다. 오히려 「걸어다니는 대형 양판점」이란 별칭이 붙어야 할 때다.

그러나 강씨는 이런 별명을 싫어한다. 자동판매기는 기계적인 냄새가 나서 싫고, 대리점은 팔기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 싫다. 강씨에겐 팔기에 앞서 생각하고 생각하기에 앞서 열성을 다하는 내재된 힘이 있다. 판매가 목적이긴 하지만 또한 판매는 부수적인 일이기도 하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강씨가 전자제품 영업에 뛰어든 것은 경제적인 사정뿐만이 아니다. 여성의 인력을 도외시하는 풍조 속에서 가사외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일을 선택한 것이 전자제품 영업직이었다. 그래서 강씨의 영업전략과 철학은 남들과 다르다.

그동안 대부분의 판매여왕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 하지만 강씨는 독특한 영업방식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시기에는 입주자 명단을 사전에 확보하고 제품안내 카탈로그를 발송한 후 아파트를 임대해 제품을 진열, 입주자 대상 초청실연회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동안 새로운 판매방법이나 고객관리를 위한 아이디어 구상을 한다.

하고픈 일을 할 때 능률은 배가되게 마련이다. 억지로 미소지을 필요가 없다. 자연스레 배어나는 웃음으로 고객과 하나가 된다. 자연히 매출은 오른다.

『남들보다 먼저,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합니다. 팔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위치를 생각합니다. 물론 열과 성을 다해서 대하는 것이 기본이죠.』

불경기와 함께 사회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강씨는 지난달까지 작년 1년간의 매출을 돌파했다. 올해는 또 얼마나 기록할까. 강창미씨의 올해 매출목표는 15억원이다. 이를 위해 한달에 냉장고 50대, 노트북PC 1백50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2년여만에 고정고객은 1만명에 이른다. 「신기록 제조기」란 그녀의 별명은 그래서 무색하지 않다.

학생들의 컴퓨터 판매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녀의 활발한 영업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다. 학생회를 찾아가 학생복리 증진 차원에서 컴퓨터 판촉행사 실시를 제안하는가 하면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제품을 진열하고 컴퓨터 게임 경연을 통해 시상품을 지급하기도 한다. 그 결과 강창미씨는 하루에 3대의 컴퓨터와 6대의 노트북PC를 판매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녀는 무리한 욕심은 내지 않는다. 매출에만 혈안이 돼 남의 상권까지 넘보지는 않는다. 철저한 고객관리로 광명과 시흥시 두 지역의 고객유치에 온간 힘을 쏟고 있다.

『강창미씨는 대우전자의 이미지 제고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대우전자의 걸어다니는 가전양판점. 강창미씨는 그의 별명에 걸맞게 오늘도 기존고객의 관리와 신규고객 유치에 정신없이 바쁘다.

<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