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양판사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중도하차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자가 유통품목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과 다양한 브랜드 확보에 따른 AS처리 부담을 꼽을 수 있다.
제조와 유통이 뚜렷이 분리된 일반 상품유통분야에서는 제조업체가 모든 AS를 처리하고 유통업체는 AS신청을 받아 제조업체에 의뢰해주는 보조적인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
이에반해 컴퓨터유통에서는 제조업체가 제품생산은 물론 상품유통까지 전담하는 오랜 관행으로 고객들 사이에는 「판매업체가 곧 AS전담 업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유통업체들의 사업추진이 쉽지않은 상황이다.
티존코리아는 대기업PC업체를 비롯해 중견 PC업체, 외국 PC업체, 조립PC업체 제품에 이르는 전 제품을 진열, 판매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싫든 좋든 이들 제품에 대한 직, 간접적인 「AS처리」가 장애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전국 AS망이 잘 갖춰진 대기업 PC업체의 제품은 AS처리를 이들 제조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지만 AS망이 취약한 조립PC업체와 외국PC업체 제품의 경우 티존코리아의 부담으로 남는다.
AS가 취약한 업체의 제품을 판매한 이후에 고객들의 AS요구에 제대로 부합해 주지 못할 경우 고객의 원성은 곧 유통업체인 티존코리아로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티존코리아로서는 국내 제품에 대한 AS처리는 부담이 없지만 사업발전과 고객서비스 향상차원에서 AS분야에 상당한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이같은 전망은 대형 양판점 사업을 추진했던 세진컴퓨터랜드의 지난 행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95년초 대형 컴퓨터양판사업을 추진했던 세진컴퓨터랜드는 사업후 6개월만에 당초 예상치 못했던 AS처리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세진컴퓨터랜드는 상품판매에만 전념하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사업을 시작해보니 제품판매 이후 AS쇄도로 영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세진컴퓨터랜드는 곧 「평생 무상수리」의 기치를 내걸고 AS요원을 전직원의 4분의 1수준인 8백명까지 끌어올리는 등 애프터서비스 부문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AS망 확보는 상대적으로 세진에 적지 않은 판매마진 축소로 작용, 한때 경영난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의 해결을 위해 세진컴퓨터랜드는 올해초 이군희 사장체제로 들어서면서 기존 AS조직을 별도 법인화시켜 AS처리를 수익사업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아프로만도 지난해 중순 B&B라는 양판점 사업을 추진하면서 AS처리에 부담을 가졌고 이로인해 결국 올해초 좌초하는 비운을 겪었다.
현재 각 PC제조업체는 AS분야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 PC업체의 경우 AS비용을 제품가격에 그대로 반영, 중소업체 제품보다 1.5배이상 비싼 중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같은 막대한 AS유지비용 가운데 유통업체가 일부라도 부담하게 된다면 유통업체의 존립기반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데 유의해야 한다.
티존코리아 관계자는 이에대해 『티존코리아는 순수 유통사업을 펼치는 만큼 AS처리는 각 제조업체에 전담할 계획』이라며 『단 중소 조립PC업체나 외국PC업체 등 AS망이 취약한 업체들의 사후관리를 위해 콜센터 등 소규모 AS전담부서를 운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