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디지털 위성방송과 세트톱 박스 (상)

국제 표준화 동향

지난 94년 6월 미국의 디렉TV와 USSB가 각각 1백50개채널과 25개채널로 디지털위성방송서비스를 시작하고 본궤도에 오르자 디지털위성방송서비스는 이제 세계각지에서 지상파와 케이블TV에 이은 새로운 방송매체로 완전히 정착해가는 양상이다. 더나아가 디지털위성방송의 성공적인 정착 및 급팽창은 가입자군의 전용디코더, 즉 세트톱박스시장의 활성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무궁화위성방송용 송수신시스템 개발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세트톱박스 초기시장에 진입할 여건을 갖춘 국내전자업체들도 이에 대한 수출드라이브를 강화할 태세이다. 한때 전세계 아날로그 위성방송 수신기시장의 50%를 차지했던 국내전자업체가 디지털 세트톱박스시장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전세계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 및 관련 세트톱박스 기술동향 및 국내업체들의 움직임을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디지털위성방송사업자의 동향(상)

올 1월 현재 세계 각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다채널 디지털위성방송 서비스는 17개에 달하고 있으며 올해와 내년중 최소 10여개 이상의 서비스가 새로 방송전파를 송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지역에서는 「프라임스타」「디렉TV」「USSB」「에코스타(DISH)」「알파스타」 등 5개 디지털위성방송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유럽지역은 「텔레퓨 새트」「캐널새트」「DF1」「넷홀드」「TPS」「AB새트」가 디지털전파를 내보내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디렉TV와 뉴스코퍼레이션이 주도하는 「갤럭시 라틴아메리카」와 「스카이 라틴아메리카」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시험서비스중인 국내 「무궁화위성방송」을 별도로 하고 「스타TV」(홍콩)와 「아스트로디지털」(말레이),「퍼펙TV」(일본)가 디지털위성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는 다채널 방송송출은 물론 각종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기반을 둔 방송장비시장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디지털 위성방송의 핵심기술은 동화상 압축방식과 전송방식, 그리고 이의 수신을 위해 스크램블 기술과 고객관리시스템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동화상 압축방식은 ISO(국제표준화기구)와 IEC(국제전기표준회의)의 공동작업부에 의해 정리된 「MPEG-2」가 디지털기술전반에 걸친 공통기준으로 자리잡았으며 전송기술에 대해서는 유럽에서 개발된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가 사실상 국제통일규격으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업체들이 전략산업으로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세트톱박스의 핵심기술인 스크램블방식과 고객관리시스템, 즉 CAS(한정수신기능) 등은 통일된 규격없이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수신자용 단말기의 단일기술적용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호환성이 없는 여러 종류의 디코더방식이 실용화되고 있으며 현재까지의 움직임을 종합할 때 이같은 경향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 95, 96년중 유럽내에서는 베르텔즈만을 비롯한 미디어관련기업 8개사가 참가한 기업연합 「MMBG그룹」이 태동돼, 공통의 디코더를 채택하기 위한 규격통일작업이 한때 추진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유럽내 유력방송사업자이자 베르텔즈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독일의 커크(Kirch)그룹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규격통일작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앞으로도 디코더방식과 관련해서는 서로 다른 방식이 경쟁하면서 결국 각 방송사업자의 사업성과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방식이 도태되는 시장원리가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청자에 대한 경제적 배려와 생산기업측의 불필요한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디코더의 호환성을 목표로 한 움직임이 각 지역별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같은 흐름은 시청자 및세트톱박스 생산기업의 요청에 따라 급속히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커크와 베르텔즈만이 벌인 디코더전쟁의 경우 비록 무산됐지만 그 최종단계에서 각각의 디코더의 양립성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개발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바이어세스(Viacess)방식의 CAS규격을 채택하고 있는 AB새트가 시멀크립트(Symulcrypt)기술을 이용, 경쟁사업자인 카날플러스의 방식과 양립성을 지닐 수 있도록 했다. 일본도 내년초 상용서비스가 이뤄지는 머독진영의 JSKYB와 올가을 서비스에 나설 디렉TV재팬이 지난해 10월 서비스에 나선 퍼펙TV 등에 수신기의 공통화를 제의한 상태이다.

이같은 각국의 움직임들은 디코더의 규격통일과 이어지지는 못할지라도 상호 호환성을 갖출수 있도록 기술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