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시스템을 제가격 주고 도입하는 구매 담당자들은 바보다.
이는 국내 바코드시스템 업체들간의 과당경쟁을 노린 외국 업체들의 이중삼중 대리점 계약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가 늘어나면서 같은 회사의 같은 기종이라 해도 최대 5∼7% 이상의 가격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업체간의 경쟁을 유도할 경우 요즘처럼 원가절감을 외치는 불경기에 평균가격보다 많게는 10% 이상을 깎아 구매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초 바코드시스템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 가격의 절반 수준이면 구매가 가능하다.
여기에 30여개가 넘는 국내 업체들간의 시장점유를 둘러싼 상대방 흠집내기 등 감정까지 겹쳐 「손해보더라도 상대 업체에 공급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면서 바코드시스템 시장의 가격붕괴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코드스캐너, 핸디터미널, 프린터 등 바코드시스템 관련제품의 공급가격이 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붕괴되면서 동일 제품의 경우라 해도 원가 이하의 덤핑공급이 성행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에 이미 4개 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 심볼사 제품과 PCS 등 유명 업체들의 경우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외국 업체의 국내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는 일부 업체들의 경우 국내 정식 대리점의 공급가격보다도 2∼3%가 낮게 공급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문제는 외국 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맺지 못해 직접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대부분이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직접 공급받지 못해 외국 현지 대리점을 통해 제품을 간접 구입하고 있어 수입원가가 높은 데도 내수 공급가격은 오히려 국내 정식 대리점이 직접 수입해 공급하고 있는 가격보다도 낮게 책정되는 등 극심한 덤핑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업계의 내수시장환경이 이쯤되자 급기야 지난 9일 한국자동인식산업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바코드시스템 업체 대표자 20여명은 유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협회차원의 통제기구로 「중재위원회」를 설치, 자율적인 조정에 나서기로 했으나 효과는 의문이다.
말들은 그럴 듯하게 하면서도 회의장을 빠져 나갈 때부터 이미 덤핑경쟁이 또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데다 동일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으로 장기화될 경우 업체들의 도산이 속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국산화를 게을리하고 있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공공부문의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등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목청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최근 국내 업체들의 과당경쟁은 외국 업체에 「떡고물에 꿀발라 주는 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