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자동화(HA)시장 침체가 장기화 됨에 따라 전자 대기업들이 HA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전자, 대우전자 등 주요 전자업체들과 코오롱정보통신, 일진그룹, 금호전기 등은 최근 몇년간 HA산업이 침체됨에 따라 신제품 개발을 거의 중단했으며 그룹 계열 건설사 위주로 영업에 나서는 등 HA사업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HA분야는 아파트나 빌라 등 대규모 주택단지에 제품이 설치되기 때문에 건설경기에 민감한 산업으로 90년대 초반까지는 신규주택 건설 붐으로 수요가 늘어났으나 94년 이후부터 정체상태를 보이기 시작해 지금까지 연간 9백억원 미만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HA산업을 이끌어왔던 주요 대기업들 가운데 일부 업체는 사업포기를 선언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제품생산을 중소기업으로 이전하거나 영업대상을 계열 건설사로 한정하는 등 사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또 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을 거의 중단한 채 기존 제품만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특히 비디오폰에 방범방재기능 등이 첨가된 고가의 HA단말기보다는 단순히 방문객 확인 기능만 가진 비디오폰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건설사들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을 제안하는 등 가격인하 경쟁마저 벌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제살깎기식 덤핑경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HA사업을 포기했으며 현대전자도 올 상반기까지 협력업체를 물색해 내년부터 제품생산을 중소기업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대전자는 상품기획과 영업만 본사에서 담당하고 제품 개발과 생산은 중소기업에게 맡길 계획이며 일부 개발인력들은 협력업체로 근무지를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호전기는 HA사업의 채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올해부터 신규영업을 중단한 채 기존 예약분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코오롱정보통신, 일진그룹 등도 사업을 대폭 축소해 계열 건설사들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거나 무인경비시스템 분야로 사업방향을 돌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워낙 불황인데다 지난해 우성건설, 건영, 유원건설 등의 부도가 HA산업 침체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 대부분의 업체들이 사업을 줄여가고 있는 추세』라며 『그나마 몇년전 수주해놓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근근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들도 많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