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격화되고 있는 경제전쟁터에서 제조업체의 최대 관심은 말할 것도 없이 생산비용 절감이다. 어떻게 하면 부품 구매에서 생산, 출하(Time to Market)에 이르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지 오래다.
이 부분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종전에 경영자층만의 문제로 남아 있었지만 거대화와 복합화가 진행되고 있는 제조기업에 이러한 총체적 작업을 전산적 지원없이 해나가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新개념으로 컴퓨터통합생산(CIM)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 제품정보시스템(PDMS;Product Data Management System)으로 불리는 통합적 제품정보시스템이다.
기업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 경쟁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야 하며 시간절감을 필요로 한다. 기업으로서는 PDMS 구축을 통해 보다 나은 부품조달, 제품의 설계 및 최종 데이터 획득, 가공, 판매 과정까지가 포함되는 총체적인 시스템 관리공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구축되는 PDMS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규모를 지닌 경제 단위체가 바탕이 된다는게 일반적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여전히 중요한 경제적 지주로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도 최근 2∼3년새 70년대의 단순한 엔지니어링 데이터 관리의 개념(EDBMS;Engineering Data Base Management System)에서 출발해 발전한 PDMS 구축을 통해 생산 전반을 관리하려는 총체적인 제조업 정보화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PDMS는 최근들어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지원하기 위한 도구이자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 등을 통해 제품개발과정의 시스템 통합을 달성하는 방편으로서도 부쩍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PDMS 사용자는 반드시 이 시스템을 통해서만 제품과 관련한 제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용자는 원하는 정보가 있는 위치를 알필요없이 시스템에서는 모든 원하는 제품 정보의 관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뒷받침 하는 PDMS SW는 어느 제품이라도 기본적으로 △각종 형태의 정보 및 데이터 보관, 관리 기능 △제품개발자의 동적 업무 프로세스 및 업무흐름 △개발제품의 구성 구조 및 데이터 △캐드시스템이 생성한 제품형상의 관리기능 △그룹웨어 기능 등 다섯가지 범주의 기능을 갖고 있다.
이 제조공정 합리화를 위한 시스템기술은 70, 80년대의 단순한 설계도면관리 차원에서 발전해 오면서 어느 새 시범사이트를 하나 둘씩 갖는 솔루션 공급업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94년말부터 서서히 그 개념이 소개되기 시작한 PDMS는 2∼3년새 다양한 솔루션을 이용한 새로운 제조업의 통합생산 관리시스템으로서 나름대로의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PDMS시장은 그 도입 역사가 일천한만큼 아직까지 규모가 미미하다. 우리나라 PDMS시장은 유닉스환경의 기계설계용 캐드공급사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사이트를 구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PDMS 시장규모도 기계용 캐드시장 규모인 연간 5백억원의 10% 수준인 50억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IBM, SDRC코리아, 컴퓨터비전코리아, LGEDS시스템, 한국주켄, 대림정보기술, 어플라이드엔지니어링 등 20여개 업체가 이 분야 SW의 공급 및 시스템 구축에 진출했거나 새로이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들로 꼽히고 있다.
이들 주요 캐드캠 및 시스템통합(SI)업체들은 각각 협력관계를 맺은 본사와 세계적인 PDMS 솔루션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PDMS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각 PDMS솔루션 공급사들이 성공적인 시스템 구축사례 발표를 꺼리고 있는 등 시범시스템 구축 조차도 조심스레 이뤄질 정도로 PDMS구축 성공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각 업체들도 누가 먼저 성공적 시범 사이트를 만드느냐에 전력투구하고 있으며 활성화 여부도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현대전자, 한국전력 등 몇몇 기업이 한국IBM, 한국주켄, 쌍용정보통신 등을 통해 PDMS솔루션 구축에 나선 몇몇 사례로 꼽힌다. 또 LGEDS시스템의 경우 모 전력기기 제조업체 등의 기업을 대상으로 PDMS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이들업체들의 PDMS 도입 목적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생성된 생산정보관리의 어려움, 그리고 컴퓨터를 통해 전자 데이터를 관리하더라도 정보간 연계성 결여나 정보재생 및 혼합 등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PDMS가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전문가들은 PDMS를 구축하는 기업이 이를 이용해 기업의 생산성과 공정, 경영 합리화를 기대하고 있음에도 PDMS구축 이후의 성공에는 몇가지 요소가 전제되어야한다고 지적한다.
대략 다섯가지로 요약되는 이 조건은 PDMS가 모든 일을 완전히처리하도록 지원하는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PDMS가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지원할 수 없으며 실제로 그렇게 할 필요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정보 및 프로세스중 20∼30%에 해당하는 건수가 양적으로 70∼80%의 분량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건수는 적지만 빈도가 많은 주요 자료를 대상으로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둘째로는 PDMS시스템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PDMS는 구축하고 사용하기 이전에 시스템이 관리해야 할 데이터의 체계를 정립하고 시스템에서 운용될 업무 프로세스를 간단히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코드체계 정비, 표준화, 공용화, 워크플로우 단순화 등이 특히 중요하다.
셋째는 인간중심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흔히 말하는 사용자 중심의 유저인터페이스 개념인데 동시공학적 팀 구성을 통해 제품개발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째는 지속성의 원칙이다. 데이터모델을 준비하고 프로세스를 정비해 PDMS를 구축했다 하더라도 지원하고자 하는 대상이 변화함에 따라 PDMS 도입자는 이 시스템이 항상 변화, 발전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PDMS의 도입은 일회성의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적인 활동이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 유지보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원칙은 어찌보면 PDMS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될 수도 있다.
다섯째로 PDMS 구축 이후 조직원들의 시스템에 대한 자세의 변화가 있어야 시스템 도입결과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PDMS 구축은 팀웍을 요구하는 작업이어서 과거의 물리적인 팀이 아닌 네트웍을 통한 새로운 기업의 팀문화까지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는 제조업의 문화와 관리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PDMS 구축에 따른 영향은 생산현장에만 있지 않다. 설계와 이를 이용한 생산에까지 연계되고 이것이 분산되어 있는 각 계열공장과의 제품표준화를 유도하고 물류로까지 이어지는 제조업 관리의 혁명을 가져올 시스템으로 각광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화 시대에 있어서 전세계에 나가있는 계열공장과의 제품정보, 데이터 교환 등으로까지 확대해 활용될 수가 있는 것이다.
PDMS는 또 생산과정 전반의 통합화 외에 유형자원의 효율적 활용, 무형자산의 부가가치화와 활용 창조성 등에서도 탁월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단순한 공장내부의 자동화 개념에서 더 나아가 각 지방공장과의 연계는 물론 해외공장과의 정보망 연계등을 통해 전세계적인 제품정보와 물류 관리로써 정보화를 지원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업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물론 각 기업의 기술을 복합적이고도 체계적으로 관리토록 해 기업의 구조재편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제조업과 비제조업 그리고 서비스부분의 통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정보화시대의 PDMS는 이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지적 자산의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한 지식정보의 부가가치화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의 전자설계자동화(EDA)업체들은 자신이 개발한 EDA SW를 모듈화, DB화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해 고객대상의 컨설팅 사업까지 펼치고 있는 데서 이러한 가능성도 읽을 수 있다. 이 경우 컨설팅사업을 수행하는 업체는 자체보유 PDMS를 이용해 각종DB와 기술전달해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PDMS는 인터넷과 달리 필요한 정보를 일부러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시스템 내에서는 정보의 신뢰성과 최신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적어도 기업의 모든 생산및 제품관련 정보에 관한한 이 시대의 총아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PDMS는 그 구축과정 및 그 이후의 유지보수와 관련한 지속적인 작업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에도 새로운 산업에서의 제조 및 경영 전반에 걸친 정보관리 흐름의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재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