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을 둘러싼 SAP, 오라클, 바안 ERP 3사의 각축전이 본격 시작됐다.
대형 잠재시장이면서 현재 계열사별로 ERP 도입을 적극 검토허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LG그룹에 그동안 절치부심하며 기회를 노려오던 한국SAP가 지난 2일 그룹내 최대 시스템통합업체(SI)인 LGEDS시스템과 전략적 제휴 조인식을 갖고 LG그룹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경쟁의 불꽃을 지폈다.
이로써 LG히다찌가 그룹내 영업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 바안사의 ERP 패키지 「바안」과 LG전자에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한국오라클의 「오라클 애플리케이션」에 한국SAP의 「R/3」가 가세함으로써 ERP 패키지 분야의 빅3사 간에 LG그룹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LG히다찌는 지난해 10월 「바안」의 국내 공급권자인 DNI와 협력관계를 맺은 바 있으며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11월 SAP를 따돌리고 LG전자와 공급계약을 맺고 그 여세를 몰아 LG그룹 추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SAP는 지난 95년 지사 설립 이후 삼성 이외의 대형 사이트 확보에 번번히 실패하면서 LG, 현대 등 대그룹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애써왔다. 특히 LG그룹의 경우 첫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 LG전자의 ERP 패키지 공급자 선정에서 한국오라클에 막판 뒤집기를 당한 이후 한국SAP는 이를 만회하기위해 상당한 노력을 전개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SAP는 이번 그룹내 SI업체인 LGEDS를 자사 패키지의 협력사로 끌어들임으로써 대형 잠재시장인 LG그룹 수요공략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EDS의 경우 LG전자의 오라클 패키지 프로젝트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LG전자가 수행하는 프로젝트의 지원팀으로써의 성격이 강한 반면 SAP의 「R/3」는 LGED가 직접 영업권자로서 나서기 때문이다.
특히 SAP의 「R/3」는 패키지의 규모가 방대하고 기능이 다양한 만큼 구축과정에서 필요한 컨설팅이 엄청난 잠재수요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LGEDS는 매력적인 「R/3」 컨설팅 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상당한 무게 중심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 때문에 「바안」을 공급하고 있는 LG히다찌가 이번 LGEDS와 한국SAP의 협력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회사 규모나 인력면에서 LGEDS가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EDS가 「R/3」의 첫 사이트가 될 것이라고 밝힌 LG전선의 경우 LG히다찌가 그동안 상당히 공을 들여왔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LG히다찌의 관계자는 『향후 그룹내 ERP 영업에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그룹내 계열사들의 경우 자사 특성에 맞는 패키지를 선정한다는 원칙이어서 생산 및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의 경우 삼성과 달리 그룹차원에서 선정한 5개 후보 패키지중에 각 계열사가 자사 특성에 맞는 패키지를 선정한다는 정책이고 또 계열사간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진출을 공식화한 SAP, 오라클, 바안 3사의 ERP 공급경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