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긴급진단 가전 경기 언제 풀릴까 (상)

가전업계를 이끌고 있는 기업중 하나인 LG전자 경영진은 요즘 임직원들에게 2.4분기가 금년도 사업목표 달성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긴장의 고삐를 바싹 죄고 있다. 아울러 지난 1.4분기중에는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올들어 가전 내수경기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수출에 있어선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가전수출은 소폭이나마 증가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지난 1.4분기중 가정용 전자, 전기 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보다 5.1% 감소했다. 전자3사가 가전제품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1,2월중에도 3.5%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20일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내수쪽은 더욱 심각하다. 올들어 무이자 할부판매를 비롯한 갖가지 판촉수단을 동원하다가 급기야 가격할인까지 실시하고 있지만 시장수요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5대 가전을 비롯한 주요 제품의 내수판매 감소는 지난 1.4분기중 최고 15%(전년 동기 대비)를 넘나들다가 3월부터 할인판매 경쟁에 들어서면서 최근에는 다소 주춤한 듯한 분위기이나 여전히 10% 이상 판매가 줄어든 품목이 적지 않다.

더 심각한 것은 가전내수 경기가 냉랭한 상황에서도 수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전제품 수입은 1.4분기중 10% 이상 증가해 수출과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기간동안 20% 이상 감소한 영상기기의 경우 수입이 60% 이상 증가했으며 이중 컬러TV는 수입이 80% 가까이 늘어 수출감소(6.3%)와 큰 대조를 보였다. 지난달에도 컬러TV 수입은 2배 이상 증가하는 「불황 속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아직 물량측면에서는 영상기기 전체의 수입이 월 8백만달러어치 정도에 불과해 침체된 가전시장 경기회생과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는못하고 있지만 국산가전의 판매부진과 비교할 때에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가전산업 경기의 최저점은 어디인가. 가전업계는 아직까지 가전산업 경기가 언제쯤 바닥을 치고 올라설지 정확히 점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연말까지는 하강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연내에 최저점을 지나갈 것이라는 다소 막연한 예측이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우선 가전수요의 악재로 꼽히는 연말 총선이 대기하고 있고 관리직 실업의 증가, 물가불안와 같은 경제 전반적인 요인과 함께 가전제품 보급포화 및 대기수요 잠재 등으로 당분간 가전 내수시장의 회복을 예상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수출도 연말까지 해외시장 가격경쟁에 영향을 줄만한 뚜렷한 엔저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선진국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 러시아 등 신규 성장시장 국가들까지 수입억제책을 마련하는 등 악재가 많다는 얘기다.

후자(後者)는 가전내수 시장의 하강이 사실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됨으로써 올 하반기중에는 그 저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고 수출도 엔저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어쨌든 현재의 가전산업 불황이 일반적인 경기침체에 의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에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전자3사를 중심으로한 가전업체들의 구조조정 노력결과에 따라 가전산업 경기회복를 기대할 수 있을 것같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