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부품조달 자율화 바람

그동안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간에 수직계열화하거나 제한경쟁체제를 보여 왔던 전자부품 수급이 자유경쟁체제로 바뀌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에어컨에 들어가는 약 14개의 주요 부품을 대상으로 국내 모든 부품공급업체의 참여를 허용해 가격입찰을 실시하는 「구매(소싱) 가격입찰제」를 처음 도입했다.

이는 고정 협력 거래업체들의 안전한 물량확보라는 기존 관행과 상반되는 것으로 전자부품 수급시장에도 자유경쟁 체제가 확산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소싱 가격입찰제를 오는 8월까지 모든 에어컨 부품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인데 이를 통해 올 한해 동안 약 75억원 규모의 제품 코스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는 에어컨뿐 아니라 다른 공조기기 부품에 대해서도 완전 자유경쟁 체제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LG전자 측은 이에 대해 부품협력업체에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첫 사례로 앞으로 각 사업부(생산공장)별 제품생산에 필요한 부품특성을 고려해 가격, 품질, 납기 등을 기준으로 한 입찰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저항기, 컨덴서 등 부품업체가 자체 규격(사양)으로 개발, 생산하는 공용(표준)부품에 대해 글로벌소싱체제로 전환시켜가고 있다. 즉 국내외 부품업체가 제시하는 가격, 품질, 납기 등 주요 조건을 심사한 후 가장 경쟁력있는 부품을 채택하는 자유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올해부터 구매정보시스템을 통해 부품업체를 등록시키고 이를 파트너, 인증, 일반 순으로 분류해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를 도입 시행하기 시작, 전사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품에 대한 목표관리제를 도입해 기존 협력업체중에서도 가격, 품질, 납기 등 부품공급과 관련해 스스로 제시한 주요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협력거래선에서 탈락시키기로 했다.

대우전자는 최근 컬러TV에 대해 10여개 주요 부품거래선을 여러 업체로 확대해 품질력 등이 앞서는 업체의 부품을 우선 구매하는 경쟁체제를 도입한데 이어 다른 사업부에서도 자체적으로 경쟁구매를 적극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냉장고 사업부의 경우는 이미 이 과정을 거쳐 부품거래선을 일원화했는데 앞으로 해다마 경쟁우위의 거래선을 선정, 부품업체간 자유경쟁을 적극 유도해나갈 예정이다.

한편 AT&T, 휴렛팩커드(HP), 노던텔레콤(NT) 등 주요 선진업체들은 해마다 공급 의사를 갖고 있는 부품업체에 대해 가격, 품질, 납기 등 주요 공급조건뿐 아니라 생산시스템 및 환경, 경영상태 등 전반적인 심사를 통해 1차(메인), 2차(서브), 3차(예비), 거래처(벤더) 등으로 등급을 나누는 경쟁구매를 실시해오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