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은 너무 비좁습니다. 이제는 해외로 눈을 돌릴 때입니다』
창업 2년째인 지난해 「야화」로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정상의 자리에 올라선 퓨처엔터테인먼트월드(FEW)의 정봉수사장은 올해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발벗고 나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야화의 빅히트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이유지만 그 보다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야화는 「레드얼럿」과 「삼국지Ⅴ」등 기라성같은 해외대작들과 맞서 3만5천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국산게임으로는 처음으로 96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국내 게이머들의 수준이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하면 게임의 재미와 완성도면에서 당당히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야화의 성공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쾌거였으나 FEW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야화의 대히트에도 불구하고 잇단 부도사태에 따른 유통시장의 붕괴로 겨우 제작비를 회수하는데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수시장의 한계를 절감한 FEW는 『수출로 돌파구를 연다』는 방침을 정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FEW는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승부를 걸어야한다는 판단아래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14억원을 워크스테이션과 편집장비 등 게임제작에 필요한 장비구입에 전액 투자할 방침이다.
FEW는 우선 해외시장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액션게임인 「파이터」와 RPG게임인 「천상소마영웅전」을 영국과 일본에 각각 수출키로 하고 현재 영어판및 일본판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야화」와 「천상소마영웅전」의 경우 일본의 가정용 게임SW로 이식, 공급할 예정이다.
이런 단계를 거쳐 FEW는 현재 제작중인 대전액션물인 「야화2」를 비롯해 SF RPG물인 「브리트라」와 아케이드장르인 「질풍고교」등 완성도 높은 게임을 앞세워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일본과 미국 게임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시장에서 국산게임으로 당당히 맞설 자신이 있습니다』
소프트맥스의 정영희사장은 누구보다도 해외시장 진출에 강한 자심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히트작인 「창세기전」과 「에임포인트」가 이미 일본에 수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다 지난 겨울에 출시돼 큰 인기를 모았던 「창세기전Ⅱ」도 수출문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창세기전Ⅱ의 경우 프랑스에 수출된데 이어 일본에서는 윈도95버전과 가정용 게임기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이식돼 출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에임포인트 후속작인 「제로아우어」의 경우 제작단계부터 유럽의 몇몇 회사로부터 수출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국산 게임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프트맥스는 앞으로 국산게임의 세계화를 위해 프로토버전부터 해외업체와 접촉,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에 게임을 출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래픽팀들에게 4개월동안 새로운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어야 국내 게이머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타그램의 이상윤 사장은 기획단계부터 수출시장을 타겟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신생개발사임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판타그램은 지난해 처녀작인 윈도95용 액션게임인 「지클런트」를 일본에 수출, 일본 게이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계기로 유럽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판타그램은 최근 제작을 완료한 RPG게임인 「포가튼 사가」도 국내 출시에 발맞춰 일본과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시나리오를 일부 수정하는 한편 번역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함께 판타그램은 수출및 홍보루트로 인터넷을 적극 활용, 눈길을 끌고 있다.
『게임수출은 우리에게 맡겨라』
미리내소프트웨어는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내수시장 보다는 수출시장에서 더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개발사중의 하나다.
업계 최초로 홈페이지를 개설,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미리내소프트웨어는 지난해말 「풀메탈자켓」을 포함한 4개 타이틀을 미국에 대량 수출한데 이어 올해는 「으라차차」등 10여개 타이틀을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각국에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 대만, 홍콩등 아시아지역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특히 게임강국인 일본진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 RPG게임인 「고룡전기퍼시벌」을 윈도95용으로 컨버전해 일본에 공급할 계획이며 3차원 액션 탱크 시뮬레이션 게임인 「배틀기어」도 가정용 게임기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이식키로 했다.
미리내는 일본시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일본 제작사들과의 합작도 적극 추진,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산 게임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별해 수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PC게임개발사연합회(KOGA)유통의 강석진 사장은 국산 게임의 세계화를 위해선 완성도가 높은 몇몇 작품을 선별해 수출함으로써 한국게임에 대한 인지도를 차츰 높여가는게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현재 10여개 안팎의 개발사들이 개별적으로 게임수출에 나서고 있는데 자칫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을 헐값에 수출할 경우 한국게임 전체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가유통은 조만간 50여개 회원사 제품중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별해 미국 영국 일본 중국 캐나다 등 5개국에서 해외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 대기업과 협력, 국산게임의 OEM수출을 추진하는 한편 자체적인 유통망확보와 판권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코가가 수출시장 개척의 전면에 나섬에 따라 앞으로 국내 개발사들의 해외진출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산 게임의 수출확대를 위해선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쉐어버전으로 판매, 개발사의 이미지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한편 윈도95용 게임을 적극 개발하고 가정용 게임기로의 이식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종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