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월드] 인간에 대한 컴퓨터의 도전 어디까지 일까

지난 11일 미국 뉴욕에서 IBM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은 이후 인터넷의 사이버 스페이스는 인간을 「무릎 꿇린 기계」 딥 블루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서구에서는 체스가 인간 두뇌의 지적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인식돼 이번 사건에 대한 충격이 훨씬 크고 그렇다면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할 정도의 지능을 갖추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체스보다 변화가 다양하고 수가 깊은 바둑에 도전할 경우 어떻게 되겠느냐는 가상 시나리오도 제기하고 있다.

드러난 결과만 놓고 보면 일단 컴퓨터가 체스부문에서는 인간을 누르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에 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바둑으로 옮겨가면 「천만의 말씀」이다. 체스는 딥 블루가 현존하는 최고수 자리를 차지했다고 평가받을 만해도 바둑은 프로기사와는 아직 대국 상대가 되지 못하는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딥 블루의 예를 바둑에 적용할 경우 멀지 않아 중견 프로급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딥 블루는 IBM이 자존심을 걸고 개발한 제품이다. 기상 예측, 항공기 스케줄관리 등에 사용되는 병렬 컴퓨팅 기술에 체스에 적용이 가능한 특수 목적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것이다.

높이 2m에 무게 1.4톤의 이 슈퍼컴퓨터는 초당 2억번의 행마와 5백억가지의 위치를 고찰할 수 있다. 전직 체스 챔피언들의 조언을 받아 8년 만에 개발된 딥 블루는 지난 1백년간 벌어졌던 주요 대국을 모조리 입력, 「인간에 대항하는 기계」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결정판이다.

컴퓨터 개발자들은 현재 7∼13급 실력에 불과한 바둑 프로그램도 IBM이나 HP 등의 과학자들이 딥 블루와 같은 차원에서 개발에 나서고 슈퍼컴퓨터를 동원한다면 「만만치 않은 전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미국 컴퓨터 바둑권자인 「메니 페이스」의 경우 HP에서 근무한 데이비드 포트랜드씨가 개발한 것으로 인공지능과 바둑을 결합, 워크스테이션용을 PC용으로 바꿔 89년부터 「코스모스」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4천줄의 C프로그램과 4만5천수의 정석 DB, 1천가지 형태의 유형DB를 갖추고 약 5∼10수를 읽을 수 있는 이 제품의 실력은 13급 수준. 컴퓨터 개발자들은 이것을 딥 블루식으로 개발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는 컴퓨터는 불가능하니 「안심(?)」하라는 설명을 하는 전문가가 더 많다.

비록 딥 블루를 바둑에 적용한다 하더라도 바둑은 체스에 비해 엄청나게 복잡할 뿐더러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지적능력과 감성능력이 조화된 인간의 특징을 앞세운다면 기계에 굴복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패배한 카스파로프가 『나의 적수는 컴퓨터가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간 이성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이라고 지적했듯 당분간은 인터넷이 「기계의 도전」에 대한 설왕설래로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