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긴급진단 가전경기 언제 풀릴까 (중)

1.4분기중 컬러TV, 냉장고를 비롯한 주요 가전제품의 내수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5% 줄어든 데 이어 2.4분기에 들어서도 내수시장에서 드리운 짙은 먹구름은 좀처럼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말부터 혼수, 이사철 특수를 겨냥한 가전업체의 대대적인 판촉에 힘입어 2.4분기에 들어선 지난달 다소 회복세를 보였던 가전시장은 5월들어 상승세가 다시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분기중 5.7%가 줄어들었던 컬러TV 판매량은 지난달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가량의 신장세를 보였으나 이달들어 다시 작년 수준을 밑돌고 있으며 1분기중 12% 가량의 감소세를 보였던 VCR 역시 2분기에 들어 시황이 다소 호전되긴 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의 판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역시 7∼15% 가량 역신장세를 보였던 1.4분기에 비해선 판매 감소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선 판매량이 5∼10% 줄어든 채 2.4분기를 지나고 있다.

지난해 총 7천억원어치 가량 쌓인 가전재고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경기가 정상적인 국면일 때 통상 30일분의 유통재고를 유지해왔으나 올들어선 냉장고와 세탁기를 중심으로 유통재고를 최장 40일로 가져가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가전3사는 현재 15만여대의 유통재고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와 비슷한 양의 공장재고가 누적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 VCR는 국내업체들이 서둘러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 생산을 대폭 줄이긴 했지만 약 10만여대 가량의 유통재고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각 업체들의 VCR 공장가동률은 95∼98% 선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정도의 유통재고는 아직까지 악성재고라고 할 수 없으며 단지 재고물량이 15일분 정도 많아진 것이다』고 진단하고 있다.

불경기의 여파는 단순히 기존 제품의 판매부진으로만 끝나지 않고 있다. DVD플레이어, 인터넷TV, 광폭TV 등 가전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차세대 제품의 시장형성에도 큰 차질을 빚게 하고 있다.

1분기중 컬러TV, VCR가 각각 6.3%, 39.3% 감소한 반면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각각 16.5%, 12.4%의 신장세를 기록했던 가전제품 수출은 2.4분기 들어서도 AV기기와 백색가전제품간에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컬러TV 수출이 10∼30%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여기에는 해외공장을 통한 수출물량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VCR는 세계시장이 연간 5백만대 가량의 공급과잉 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엔低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가전3사는 원가절감 및 생산라인 해외이전 등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엔低에 맥을 못추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에어컨 등 백색가전제품은 가전3사의 공격적인 신시장 개척전략이 효험을 나타내면서 가전수출 전략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향후 실적을 예측할 수 있는 수출신용장(L/C) 내도액은 업체별로 4월말 현재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각각 20∼30%, 전자레인지가 10%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중동 등 신시장에서의 급성장세와 대조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에서는 이들 백색가전도 입지를 확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시장에서는 가전3사가 엔低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 대대적인 판촉공세에 나섰는데도 올 1.4분기중 컬러TV, 냉장고, 오디오 등의 수출은 5.8∼62.5%까지 감소하면서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