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가전 뉴리더 (28);코스텔전자산업 유공현 사장

경기가 아무리 나빠도 기업들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반드시 살아날 구멍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자금과 인력 면에서 대기업들보다 열세에 있지만 민첩한 회사경영과 기민한 제품 대응력으로 대기업들이 들어올 수 없는 틈새시장을 노리면 오히려 대기업 못지않은 고소득을 올리며 호황을 구가할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의 아파트형 공장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코스텔전자산업의 유공현 사장은 오직 아이디어 하나로 틈새시장을 개척해 기타 중소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주방용 라디오라는 이색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해 전국 아파트단지에 납품해 해마다 두배씩 매출을 늘리고 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아 지금은 거의 사양화되다시피 한 라디오를 시스템키친에 부착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고안한 것이 히트를 친 것이다.

유공현 사장은 과거 청계천에서 전자부품 도매상을 하다가 기업을 일군 소위 청계천 출신이다. 창업전 몸담고 있던 이모부가 경영하던 전자회사가 부도로 문을 닫게 되자 빈털털이로 회사 문을 나왔다. 그는 어머니가 어렵게 융통해준 3백만원의 사업자금 가운데 전세자금을 뺀 1백50만원으로 전자부품 도매업에 뛰어들었고 86년 코스텔전자산업의 전신인 평화전자를 설립했다.

유 사장이 주방용 라디오를 개발하기로 결심한 것은 87년. 당시 평화전자에서 시스템키친 회사의 직원과 상담하던 과정에서 개발의 힌트를 얻게 된 것이다.

이모부 회사에서도 4단, 5단 분리형 오디오시스템을 혼자 개발할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던 유 사장은 그때부터 대단한 집념을 보이며 주방용 라디오 개발에 매달렸다. 당시 유 사장과 평화전자에서 같이 근무했던 현 코스텔전자산업의 김문찬 전무는 『88년 올림픽 선수촌 위락시설에 대중방송(PA) 공사를 해서 벌은 돈을 몽땅 투자할 정도로 정열을 보였다』고 회상한다.

오디오 컴포넌트도 만들어낼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던 유 사장은 「그까짓 라디오 하나쯤이야」라면서 쉽게 생각했으나 예상 밖의 문제에 부딪혔다. 제품을 사용하는 공간이 아파트 단지여서 의외로 난청지역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시제품을 개발해 건설회사에 납품했으나 설치지역의 특성상 까다로운 품질조건을 요구해 몇번 씩이나 퇴짜를 맞았다. 유 사장은 엔지니어 기질에 오기까지 발동해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몇년간 주방용 라디오에만 매달린 결과 93년 드디어 부산의 아파트 단지에 제품이 처음으로 납품됐다. 그때부터는 순풍에 돛을 단듯 주요 시스템키친 업체들과 1군 건설업체들로부터 제품공급 요청이 쇄도했다. 품질이 워낙 좋아 영업에는 거의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유 사장이 눈을 돌린 것은 제품의 사후관리와 신제품 개발. 주방용 라디오의 인기가 치솟자 중견 전자업체들이 너도나도 사업에 참여해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유 사장은 경쟁업체들이 코스텔전자산업의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면 그보다 성능이 향상되거나 기능이 추가된 제품을 계속 개발했다. 품질 유지에도 신경썼다. 혹시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신제품을 소비자에게 택배로 배달해줄 정도였다. 그러나 품질이 워낙 좋아 AS요청은 거의 없었다. 코스텔전자산업의 품질은 해외에서도 인정할 정도다. 이 회사는 최근 중소 기업으로는 드물게 까다롭기로 소문난 독일의 ISO인증업체 「TV 프로덕트 서비스」社로부터 ISO 9002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올해 7월엔 이 회사로부터 ISO 9001을 인증받을 계획이다.

코스텔전자산업의 유 사장은 『지난해까지는 주방용 라디오시장에 참여한 업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우리 회사의 품질을 따라오지 못해 거의 포기한 상태』라며 『언제나 남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제품을 개발해야 틈새시장 개척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