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이동통신용 주파수 부족이 현실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관계 당국인 우정성이 그 해법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여유가 없는 상태이다. 원인은 휴대전화와 간이휴대전화(PHS) 등 이동전화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선 휴대전화를 보면 지난 93년말 2백13만1천3백67명이었던 가입자수가 올 3월말 현재 2천87만7천명에 달해 불과 3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PHS도 95년 7월말 8만명이었던 가입자수가 올 3월말 현재 6백만명을 돌파하는 엄청난 증가세를 보였다.
PHS, 가입한계선 위협 이같은 이동전화의 증가세는 우정성의 예상을 훨씬 웃돈다. 우정성은 지난해 4월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수가 2000년에 가서야 2천5백만명에서 3천2백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실제는 지난해말 이미 전체가입자수가 2천6백만명을 넘어섰고 특히 PHS는 가입한계인 6백50만명선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당혹한 우정성은 이미 할당돼 있는 주파수의 유효활용에 치중한 대안을 서둘러 내놓았다. 휴대전화 기지국간 거리를 좁혀 가입용량을 늘리는 방안이나 아날로그에 할당된 주파수를 디지털화하는 것 등이다.
우정성은 이들 조치로 ㎒당 가입자수를 현행 2만명에서 14만명으로 7배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이들 조치는 그러나 전파를 사용해 음성은 물론, 데이터, 동영상까지 송신하는 멀티미디어 통신에는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새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는 한 조만간 주파수는 부족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에는 현재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할 만한 새 주파수라는 게 없는 실정이다. 이동통신에 적합한 주파수대는 이미 모두 할당됐고, 빈 주파수대가 있는 마이크로파나 밀리파는 전파가 멀리까지 날아가지 않는 결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이미 사용 중인 주파수대를 이동통신용으로 돌리는 길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우정성은 주파수 할당에 입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구미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는 입찰제는 주파수를 할당할 때 그 사용권을 경매로 결정하는 제도로 현행 심사제에 비해 투명성이 높은 데다 낙찰자가 투자회수를 위해 사업을 서두르기 때문에 주파수의 유효이용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입찰제는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 못된다. 입찰제를 적용할 주파수대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파관련 기관 등이 사업자의 주파수 독점과 비용증가분의 이용자 전가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TV용 주파수 경매 방침 그렇다면 우정성은 왜 입찰제를 들고 나온 것일까. 이 의문은 우정성이 최근 발표한 「지상파방송의 조기 디지털화」계획을 보면 어느 정도 풀린다. 우정성은 이 발표에서 지상파 디지털TV방송을 당초보다 5년 앞당겨 오는 2000년부터 실시하는 한편, 방송의 디지털화로 남는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TV방송용 주파수 일부를 입찰제로 경매하겠다는 뜻이다.
현행 지상파 TV방송은 극초단파(VHF)의 주파수대 중 1채널당 6㎒ 폭을 사용해 아날로그방식으로 각 가정에 전파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전파를 수 개의 기지국을 경유해 보내고 있고, 중계국간 혼신을 피하기 위해 중계국마다 각각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우정성은 이 지상파 TV방송을 디지털화할 때 방송국에는 6㎒ 가운데 1채널을 방송하는 데 충분한 2㎒를 할당하고 나머지 4㎒는 입찰제를 통해 이동통신사업자용으로 돌린다는 계산이다. 이는 이동통신에서 1천7백만명의 신규가입자를 받을 수 있는 용량이다.
그러나 방송용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돌리는 작업이 우정성의 의도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TV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방식으로 이행하는 기간이다. 이때는 기존 아날로그방식 시청자와 디지털방식 시청자가 혼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종전 주파수뿐 아니라 디지털용으로 새 주파수까지 필요하다. 우정성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