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산업중 최강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양강(兩强)은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부문이다. 반도체는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하지만 디스플레이가 세계 정상급이라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디스플레이의 대명사인 브라운관은 이미 시장 점유율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메모리 반도체를 제치고 차세대 최고의 황금시장으로 부각된 TFTLCD등 평판디스플레이는 일본의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같은 위상을 반영하듯 내년 가을 세계 최대의 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및 전시회인 아시아디스플레이가 서울에서 열린다. 차세대 평판디스플레이 개발이라는 G7과제의 총괄 책임을 맡으면서도 아시아 디스플레이 실행위원장으로 실무 준비에 눈 코 뜰 새 없는 오명환박사(KIST 연구기획부장)를 만났다.
98 아시아 디스플레이는 어떤 성격을 갖고 있습니까.
『한마디로 정보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세계 각국의 학자 연구원 기업인등이 모두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학술대회겸 전시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 개발에 관련된 분들은 최첨단 기술을 발표하고 정보를 교류하며 기업들은 차세대 신제품을 선보여 전문가들에게 기술력을 평가 받는 자리 입니다』
대회 명칭은 아시아지역만의 행사인 것 같은데 참가 규모와 주관 기관은 어디입니까
『명칭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이 대회의 주관기관은 전세계 정보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 SID입니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각국에는 지부가 있습니다. SID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주관하기 때문에 총주관은 본부가, 실무 준비는 한국SID가 맡도록 되어 있습니다. SID는 해마다 봄 가을 두번의 디스플레이 행사를 갖는데 봄에는 미국에서만, 가을에는 미국 유럽 아시아지역이 순차적으로 개최합니다. 명칭은 행사가 열리는 지역을의미합니다.이 때문에 아시아지역에서 이 행사를 다시 열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을 기다려야하고 아시아에서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입니다. 전세계 수십여개국에서 1천5백여명의 전문가들이 몰려오고 50여개 이상의 디스플레이업체가 제품 전시에 나설 것 입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 받고 있다는 점에서 행사가 열리면 국내 학계뿐 아니라 업계에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서울대회의 의미는 어떻게 규정해야할까요
『한국은 정보디스플레이의 강국입니다. 브라운관부문은 양적인 면에서 세계 최고라고할 수 있죠. 평판디스플레이 부문은 각 기업들이 수조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후발주자입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기업들은 첨단제품을 전시,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 받고 학자들은 최신 정보교류의 장으로 활용, 일본을 추월하는 디딤돌로 삼아야 합니다. 특히 국내기업들이 안방에서 세계 전문가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으면 브라운관에 이어 평판부문에서도 세계 시장 공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의미가 큰 만큼 98 아시아 디스플레이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습니다. 마치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연상시켰다는데요.
『사실입니다. 정보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워낙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일본의 나고야와 중국 북경, 대만이 유치 경합을 벌였습니다. 결국 올초 SID 회원들의 투표로 최종 개최지를 결정했는데 서울이 나고야를 1표차로 제쳤죠. 공교롭게도 서울 올림픽 유치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개최 비용도 상당하고 이를 준비하는 실무 지원인력도 보강이 필요할텐테 구체적인 준비 작업은 어떻게 진척되고 있습니까
『총 비용은 약 3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참가자 등록비, 전시회 부스 판매비, 약간의 기업체 후원등을 감안하면 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행정업무를 비롯한 실무지원은 디스플레이연구조합이 맡고 있는데 워낙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이고 있어 큰 힘이 됩니다. 또 각 분야별로 교수 기업체 간부등으로 이뤄진 자문단을 이미 구성, 특별한 어려움은 없읍니다』
아시아 디스플레이가 열리면 사정이 좀 달라지겠지만 최근 업계나 학계 일각에서는 한국이 과연 TFTLCD부문에서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디스플레이 G7과제를 총괄 지휘하는 입장에서 이에대한 의견은 무엇입니까
『일본과 우리가 일정한 격차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출발이 10년이나 늦었습니다. 지금 당장의 수준은 샤프나 도시바 NEC등과 동등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그러나 후발이면서 일본을 꺾었던 브라운관 처럼 TFTLCD에서도 수년내에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학계와 산업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매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과의 기술적 격차는 해마다 좁혀지고 있습니다』
오명환박사는 아시아 디스플레이의 성공적 개최와 함께 개인적으로는 G7과제의 연구개발 총책임을 맡은 것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고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정상에 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취미는 바둑과 등산이다.
<이택기자>
* 오명환박사 약력
.1943년 출생
.1966년 서울대 공대 졸업
.1972년 서울대 공대 대학원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연구원
.1979년 프랑스 PAUL SABATIER대 박사(전기공학)
.1993년 KIST 광전기술센터장
.1995현재 KIST 연구 기획조정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