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19일에 네팔 카트만두에서 개최된 제1회 「남아시아 통신워크숍」에 참석했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기통신협의체(APT) 주최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및 톨디브 등 남아시아권 인접국가들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둘러앉아 낙후된 통신시설 확충에 따른 고충과 개선책을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자리였다.
각국의 대표들은 자국의 통신시설 현황과 확장계획, 이웃 국가와의 통신소통에 대한 개선책 등을 제시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려 하였다.
가히 종주국이라 할 인도대표단은 지난 수년간의 지속적인 자유화 정책으로 새롭게 도입된 셀룰라 및 페이징 서비스와 보다 더 과감한 외국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외국측 지분율을 상향조정(최대 74%)한 것, 정부의 횡포로부터 민간사업자를 보호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법적기구 통신규제위원회(TRAI)를 가동시킨 것 등을 얘기했다.
파키스탄은 위성사업 민영화를, 스리랑카는 WLL방식에 의한 국내통신사업 경쟁도입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다.
특히 금번회의에는 스리랑카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들이 초청됐는데 스웨덴 통신공사, 미국계 전화사, 말레이시아 통신공사 등이 옵서버로 참가해 사업소개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타진했다.
필자도 한국에서의 지난 15년간의 경이적인 통신시설 확충에 따른 성공사례담을 「징검다리 도약론」으로 비유해 발표,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공감대를 얻어냈다. 「뱁새가 황새 쫓다 보면 가랑이 찢어지니 비둘기 타고 함께 비상하는 방법을 모색하자고...」.
회의를 마치면서 느낀 점은 「아프리카 다음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이들은 다른 어느 나라들보다도 외국의 자본참여와 지원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선진국들의 기술과 자본에 의한 종속적 착취보다는 자기들이 따라잡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대등적 입장의 파트너를 더 그리워하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 한국은 이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모범국으로 비쳐지고 있었다. 이들이 한국의 동참을 가장 그리워하고 있고 이를 손짓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권이라는 한 울타리에 있어 친밀감이 있고 잘하면 도약의 디딤돌로 삼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한국이 풍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토양이 척박해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기꺼이 거름을 주면서 옥토로 바꿔가는 뚝심있는 농부의 심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다.
이젠 일부국가 편중의 투자정책에서 조금 양보해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 남아시아권에 진출해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작은 토대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인도에 진출하면서 「20년간의 공을 들이고서야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넋두리하는 스웨덴 에릭슨의 경험을 귀담아 들으면서 우리도 작은 선물꾸러미를 준비해야 할 때다.
<김영재 한국통신 인도 델리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