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 않으면 5백만달러(약 45억원)를 내놓으시오.』
세계 최고 갑부로 꼽히는 빌 게이츠를 상대로 21세의 아마추어 해커가 거액의 돈을 강취하려다 지난 9일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7주간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끝에 FBI에 체포된 이 청년은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아담 플레처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아마추어 해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관계당국은 『컴퓨터업계 거물을 상대로 한 범행답게 인터넷과 컴퓨터가 매개가 됐고 이는 곧 범행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고 요약했다.
미 마이크로소프트사 주식만으로도 30억달러(약 2조7천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한 빌 게이츠를 상대로 사기극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10일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가짜 운전면허증을 팔며 돈을 벌기도 하는 등 최신 기술을 그런대로 잘 활용했던 이 청년은 지난 3월 첨단 기술의 거물로 꼽히는 빌 게이츠를 목표로 택했다. 한번의 근사한 도박을 통해 일확천금을 꿈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섣부른 첨단기술 사용으로 결국 꼬리가 밟히고 말았다. 우편으로 보냈던 첫번째 편지와 달리 3월 15일에는 컴퓨터통신 아메리카온라인으로 빌 게이츠와 접속을 시도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그 시간 미 시카고 지역에서 아메리카온라인에 접속했던 남자는 79명으로 조사됐고 FBI는 이들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혀갔다.
그 후 두 차례나 계속됐던 편지에 이어 이 당돌한 아마추어 해커는 4월 17일 정보산업계의 거물을 상대로 돈은 물론 좋은 아이디어와 정보까지 디스켓에 담아보낼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편지와 함께 우송된 디스켓은 결국 범인에 대한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디스켓에 담긴 내용들을 면밀히 검사해 본 결과 디스켓을 사용했던 컴퓨터는 청년의 부모로 드러났고 결국 이 해커는 발목을 붙잡히고 만 것이다.
빌 게이츠의 생명을 노린 이번 사기극과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사측은 『유명인을 상대로 한 사기는 흔히 있는 일』이며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범죄는 꼬리가 잡힐 수밖에 없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빌 게이츠에게는 지나가는 정도로만 상황을 알렸고 주된 작업은 마이크로소프트 보안담당부서와 법률자문측에서 처리했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 본인조차 경호원 없이 극장과 식당을 다니며 자유로운 생활을 누렸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업계 및 법원 관계자들은 『범죄 수법들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지만 컴퓨터와 통신을 통한 범죄는 결국 법의 심판을 받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습게도 첨단기술은 구태의연해 보이는 우편물보다도 안전치 못하다는 반응이다.
한편 현재 미 시애틀 연방법원에서 계류중인 이 아마추어 해커에게 유죄가 확정되면 그에게는 최장 20년의 복역과 벌금 25만달러(약 2억2천5백만원)가 부과된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