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를 방문해보면 예전과 달리 눈에 띄게 달라진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나면 집이나 학원으로 달려가던 어린이들이 교내 멀티미디어 교실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모습이다.
학교 한 곳에 마련된 멀티미디어 교실에서는 컴퓨터로 시간표 만들기, 편지쓰기, PC통신과 인터넷에 접속하기 등 다양한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시설은 물론 교사나 수업내용 모두가 일반 학원 이상으로 훌륭하지만 수업료는 매달 3만원 이하로 저렴하다.
교내에 이같은 멀티미디어 교실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 말부터다. 지난 2월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PC 교내과외를 허용하면서부터는 전국 초등학교와 기업들이 앞다퉈 멀티미디어 교실 만들기에 착수했고 지금도 부산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생활하던 한영숙씨(41)가 멀티미디어 교실 선생님으로 변신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씨는 지난 96년 여름 한교원(대표 이태석)에서 멀티미디어 교사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2의 직장생활을 결심했다. 한 달여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한씨는 지난 96년 10월부터 서울 석촌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가르치고 있다.
한씨의 수업시간은 주 16시간. 수업은 주로 오후 2시에 시작해 5시 정도면 끝이 난다.
학교별로 파견되는 교사 수와 수업 시간대가 다르고 개인별로 수업하는 시간도 제각각이지만 멀티미디어 교사들 대부분이 한씨와 비슷한 수업 일정이다. 수업이 오전에 이뤄져 오전에 끝나는 교사도 있다.
보수는 교사의 수업시간이나 경력, 소속된 회사에 따라 다르게 매겨지는데 한교원의 경우 초기 3개월 연수기간에는 시간당 1만2천원, 다음 6개월동안은 1만5천원, 그후에는 시간당 1만8천원씩 보수가 책정된다. 한씨의 경우 월 1백만원 안팎이다.
멀티미디어 교실 선생님이 되기 위한 자격도 회사별로 다른데 주로 전산을 전공했거나 컴퓨터 강의경력, 교사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 한씨 또한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했고 졸업 후 8년 동안 모 은행 전산실에서 프로그래머로 재직했던 경력이 있다.
현재 초등학교 멀티미디어 교사로 활동하는 사람은 어림잡아 3백~4백명 정도. 사내에서 교육중인 예비교사까지 포함하면 그 배가 되고 전국 3천여개 초등학교내에 멀티미디어 교실이 생길 경우에는 1만여명의 선생님들이 미래의 컴퓨터 황제 양성작업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멀티미디어 교사와 관련해 한영숙씨는 『시간에 많이 얽매이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어 좋고 자기발전의 기회로도 훌륭하다』며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만큼 다재다능한 재능과 성실한 노력이 교사에게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