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천5백억원 규모의 헤드폰카세트 시장을 둘러싼 일본업체와 가전3사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금까지 브랜드 명성을 등에 업고 국내시장을 장악했던 일제 헤드폰카세트를 몰아내기 위해 국내업체들이 대규모 파상공격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업체끼리의 경쟁에서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적전분열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3사는 최근 일제에 버금가는 성능의 헤드폰카세트를 잇따라 개발, 국산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업체들의 노력으로 최근 국내 헤드폰카세트 시장에서 국산품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산 헤드폰카세트의 붐을 조성한 업체는 LG전자. LG전자는 지난 94년부터 청소년을 타깃으로 「아하프리」란 고성능 헤드폰카세트를 개발해 일제 밀수품이 판치던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특히 헤드폰카세트의 핵심부품인 데크메커니즘 개발에 집중 투자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계에서 세번째로 로직 데크메커니즘을 개발해 아하프리 제품에 채용하고 있다. 로직 데크메커니즘이란 리모컨으로 헤드폰카세트를 작동할 수 있는 기술로, 해외에선 소니, 파나소닉 등 2개 업체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제품개발 방향을 장시간 재생에 맞추고 저소비 전력형 로직 데크메커니즘을 개발해 이를 아하프리에 채용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한번 재생으로 연속 85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일제 헤드폰카세트와 성능 면에서 비교해볼 때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기존 제품보다 성능을 향상시킨 「마이마이」시리즈로 헤드폰카세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제 헤드폰카세트와의 경쟁을 제품의 두께싸움으로 규정하고 초박형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두께 23㎜의 헤드폰카세트 「마이 S」시리즈를 출시한 데 이어 조만간 이보다 두께를 2㎜ 가량 줄인 「마이 Z」시리즈도 출시해 일제 헤드폰카세트와의 두께경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업계 최초로 「티니」라는 캐릭터를 개발해 헤드폰카세트의 광고, 판매에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대우전자 역시 올해부터 헤드폰카세트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 다양한 모델과 가격대의 제품군을 보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헤드폰카세트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경쟁이 지나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사 제품의 성능과 판매량 등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자칫 과열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달 전만 해도 일제 밀수품을 몰아내기 위해 국내업체들끼리 협력관계를 유지했으나 최근 공동전선에 금이 가고 있다』며 『국내업체간의 과열경쟁양상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