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달시장 개방 여파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들고 있는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이 시스템에서 운영되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유지보수비용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 국내 중대형 컴퓨터 업체들은 정부기관 등에 국산 주전산기를 판매할 경우 경쟁업체를 의식, 최소한의 이윤(?)만이 반영된 가격으로 시스템을 공급한다. 이는 국산 주전산기 시장이 주로 공공기관에 편중되는 등 워낙 수요가 적어 국산 주전산기 4사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올 들어서는 조달시장 개방으로 외산업체까지 기존 국산 주전산기 시장을 넘보고 있어 국산 주전산기 업체는 거의 원가에 버금가는 가격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산 주전산기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업체마저 시장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지나치게 높은 유지보수비를 요구,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은 시스템 공급에 뒤이은 유지보수과정에서 출혈을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 업체들은 고객에게 시스템을 공급하고 1년이 경과하면 유지보수 명목으로 통상 시스템 공급가의 7~10% 정도의 유지보수비를 받고 있다. 이 유지보수비는 일종의 보험료 성격을 지닌 알짜 수입이기 때문에 이들 업체는 시스템 공급시 공급가격을 낮추고 대신 유지보수와 교육비란 이름의 고액 서비스비를 챙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시장지배적 업체나 독점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중대형 컴퓨터 업체 및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실제로 10% 이상의 유지보수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외국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산 주전산기 1대를 기준으로한 시스템 공급 가격은 통상 2억원 정도이고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가격은 32명 사용자 기준으로 1억원, 60명 사용자 기준으로 2억원 정도다.
따라서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은 고객으로부터 월간 1백20만~1백60만원 정도의 유지보수비를 받는다. 그런데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은 데이터베이스 업체와의 개별적인 유지보수비로 통상 월간 45만원에서 많게는 1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다. 결국 주전산기 업계는 인력을 투입해 유지보수해 주고 받은 품삯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산 주전산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국 사람이 번다는 속담이 국산 주전산기 업체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말로 주전산기 업계의 분위기를 전한다.
또 다른 국산 주전산기 업체는 『특히 최근 들어 정부 공공기관에 특정업체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표준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으로 선정하면서 이같은 불평등 계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가 오라클사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표준 데이터베이스로 선정하고 일부 시스템의 경우 2년간의 무상 유지보수까지 요구하고 있어 국산 주전산기 업체는 더욱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오라클의 한관계자는 『이 문제는 최저가입찰에 따른 주전산기 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빚어진 문제이지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 업체의 본의는 아니다』고 밝히면서 『다만 국산 주전산기 업체의 애로점을 감안, 유지보수 요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