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의 GE社는 75억 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기업사상 미답의 수준이 될 예정인데 컴퓨터 MPU 칩생산업체인 「인텔」사의 이익은 이것을 능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확실한 결과는 1년 후에나 나올테지만, 여하튼 MPU사업만으로도 매상규모에서 무려 4배나 차이가 나며 12개 사업부문을 거느리고 있는 GE사와 어깨를 견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텔사는 자사 이익을 아낌없이 재투자로 되돌려 97년 투자액이 전년대비 50% 증가한 4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96년 12월 기준 현금보유액이 90억 달러를 돌파함으로써 감히 마이크로소프트 은행이라 할 만하다.
막강한 미국 경제를 버티는 것은 케인스경제학이 아니라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회장)경제학이라고도 한다. 인텔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 이 두 회사를 일컬어 「윈텔」이라고도 하는데 도대체 이들이 그칠 줄 모르고 위협적 성장을 지속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경제원리는 대부분 수확체감의 원리가 지배해 왔다. 1차산업인 농업에서 노동의 생산요소를 아무리 추가해도 노동 단위당 수확량의 증가는 서서히 체감한다. 농업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제조업에서도 제품을 만들면 만들수록 시장 침입자가 늘고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해져 조만간 수확이 체감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그러나 하이테크산업에서는 반대로 수확체증현상이 나타난다.
윈텔의 위협적 성장과 수익은 바로 이 수확체증효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가령 경제기획원이 발표하는 경기동향지수는 수십종의 통계요소를 모아 전체의 총화와 플러스 마이너스의 차, 그리고 그것의 방향성에 의해 경기를 판단한다. 은행의 단기 경제예측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는 「경기라는 시스템의 파동은 반드시 몇 개의 균형으로 되돌아간다」는 커다란 전제가 있다. 불황으로 바닥에 이르면 반드시 반전한다. 상승국면은 언젠가 반드시 하강한다. 경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가, 환율, 금리 등의 각 요소 변화도 어느 것이나 그러한 전제가 있다.
기업의 수익구조도 이와 같다. 어떤 물건을 생산할 때 노동시간을 투입하면 언젠가는 노동단위당 수익 증가분이 체감되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여기에는 되돌아가려는 원리로 네거티브 피드백이라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시스템의 안정성에 의한 균형이라 하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그 시스템의 안정성을 전제로 하여 생활하며 예측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수수께끼가 생긴다. 안정적인 시스템이 돌연 되돌아오지 않는다. 이때 우리는 이 멀어지는 힘을 포지티브 피드백이 작용한다고 보고 있으며, 수확체증은 바로 이런 포지티브 피드백 현상인 것이다.
하이테크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연구개발비다. B2폭격기 1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방대한 자원의 투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두 대째부터는 물론 약간의 변경은 있겠지만 수천, 수만대의 복제가 가능하다. 결국 거액의 선행투자가 필요하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값은 싸지고 수익을 늘려갈 수 있다. 사실상 하이테크시장은 대단히 불안정해서 어떤 제품이 선행하면 그 격차는 점점 벌어져 시장전체를 휩쓰는 현상도 나온다. 이것을 로크인(Lock In)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현재 PC에서 표준화돼 있는 QWERTY의 키보드 배열을 보자. 물론 키보드의 배열은 타이프라이터 배열을 따른 것이지만 실은 그 배열키를 두드릴 때의 효율을 생각하고 정한 것이 아니라 타이프라이터가 탄생할 당시 빨리 두드려도 고장이 나지 않도록 비효율적으로 설계됐다. 이것을 레밍턴회사가 최초로 판매하자 타이피스트들이 그것을 배워가는 수확체증이라는 포지티브 피드백이 작용함으로써 오늘의 QWERTY 키보드가 영구히 로크인된 것이다. VCR시장에서 VHS가 로크인된 것도 기술적으로 오히려 열세였으나 시장 콘셉트에서 앞섬으로써 시장에 로크인된 예이다. MS-DOS와 윈도로 로크인하고 거기에 관련된 모든 제품을 로크인하고 있는 윈텔은 누구보다도 수확체증효과의 인식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은 이제 또다시 인터넷 열람 프로그램(WWW)에 로크인하는 게임에 뛰어들고 있다.
<한솔PCS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