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의 붕괴로 지난 92년부터 국내에 유치된 러시아 과학기술자들의 연구개발 성과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STEPI, 소장 김인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한, 러 과학기술협력 추진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기술자들은 구 소련 붕괴로 지난 92년부터 국내에 본격 초빙되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VCR용 헤드드럼, 청색 레이저 다이오드, WIG선 개념설계, 단결정 진공 주조로 등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과제에 참여,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VCR용 헤드드럼의 코팅기술 개발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90년을 전후해 본격 개발에 착수했으나 그동안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이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과학원의 물리화학연구소와 공동개발에 착수한 91년말부터 연구개발이 가속도가 붙었다고 지적했다.
KIST는 92년 헤드드럼 코팅분야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한 후 곧 바로 대우전자와 공동으로 상용화 기술개발에 나섰고 대우전자는 지난 95년부터 모든 VCR 제품에 이 기술로 제작한 헤드드럼을 채택, 국내 시장점유율을 10% 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러시아 유치과학기술자들은 또 삼성종합기술원이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청색 레이저 다이오드 프로젝트에서도 결정적인 공헌을 한데 이어 현재 기계연구원이 수행하고 있는 배와 비행기의 장점을 결합시킨, 새로운 개념의 여객운송수단인 익선의 설계 등 차세대 기술개발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청색 레이저 다이오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 이오페 물리연구소를 공동개발 파트너로 끌어 들인데다가 러시아 한인과학자협회장을 지낸 조지 박 박사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러시아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유치과학기술자들은 이 밖에도 KIST의 단결정 진공주조로, 이온빔 이용한 고분자 표면개질 기술을 비롯해 화학연구소의 질소 산화물 제거 공정, 생명공학연구소의 모유성분 젖소 개발과제 등에도 참여, 이들 분야 국내기술을 각각 세계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등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서기선기자>